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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어찌 됐든 답은 국정원 개혁

 

국정원이 ‘NLL 대화록’과 관련해 새로운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대화록이 국정원의 주도로 만들어졌으며, 국정원 보관본이 ‘원본’에 가깝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알려진 작성경위와 주체를 완전히 뒤집는 설명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엄청난 자기폭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뉴시스는 지난 5일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대화록의 녹음 자체가 국정원의 ‘기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 당시 안보정책비서관에게 국정원 녹음기를 주고 녹음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언행도 국정원 정보수집 영역이었다는 얘기다. 청와대 비서관은 국정원에서 시키는 일이나 하는 하수인?

국정원의 주장은 한 발 더 나간다. 녹취 파일이 국정원 것이므로, 2007년 10월에 청와대에 중간보고만 했고, 2008년 1월 완성본을 ‘생산’했다고 한다. “녹음기가 우리 것이어서 녹음 파일도 우리 것”이라는 유치한 주장은 그렇다 치자. ‘우리 것’이라 대통령에게 중간보고만 하고 말았다? 대통령 직속기관이 자신의 불법을 백주에 이렇게 당당하게 고백해도 되나? 대한민국은 국정원중심제인가, 대통령중심제인가?

우린 국정원중심제 국가?

국정원의 의도야 뻔하다. 국회에서 국가기록원 ‘원본’을 열었다가 자기네 대화록과 다른 사실이 드러나도 물을 탈 수 있도록 선수를 써두자는 거다. 자신들이 녹취를 풀어 ‘생산’한 2008년 1월본이 정본이고, 국가기록원 보관본은 자신들의 중간보고를 토대로 당시 정권이 손을 댄 것이라고 우길 근거를 남겨두자는 간교다.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법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있으나마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대통령기록을 열람하기만 하면 문제를 종결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미련에 연연하니 딱하다. 순진한 건가, 멍청한 건가? ‘NLL 포기’는 증거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라는 사실이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 국정원 대화록만으로도 진실은 이미 백일하에 밝혀졌다. 그래도 우기는데, 더 많은 진실을 들이댄다고 저들이 ‘해석’을 바꿀까? 국정원이 ‘열람 이후’ 우길 근거까지 벌써 만들어내는 판인데?

(어떤 사무라이가 떠오른다. 떡을 훔쳐 먹었다는 아들의 누명을 벗긴답시고, 아들 배를 갈랐다는 사무라이 말이다. 자기 집안의 결백함을 증명하기 위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지르는 어리석음이라니…. 배 가른 후 그건 떡이 아니다 우기면 또 어쩔 건데?)

국정원이 살 길도 개혁뿐

새누리당이 가까운 장래에 ‘NLL 논란’을 스스로 거둬들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지금 ‘굴복’하면 날라 가야 할 목이 부지기수다. 생물학적 생명을 내놓아야 할 사람도 있다. 정권조차 위태롭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을 끌어 국민들이 잊을 날만 기다리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러기엔 국정원의 불법 상처가 너무 깊다는 게 문제다. 그러므로 퇴각 타이밍과 방도를 지금부터 궁리해 두는 게 좋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당장 불이 청와대로 옮겨 붙지 않도록 NLL로 최대한 물타기 해야겠지만, 길어지면 정권에도 부담이다. 이전 정권 때 비서관을 하수인으로 부려먹었노라고 뻔뻔스레 밝히는 ‘괴물’에게 끌려 다니다가는 그 ‘괴물’이 언제 자신에게 덤벼들지 모른다. 결국 청와대가 적절한 시점에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카드도 국정원 개혁이다.

민주당도 더 이상 ‘열람’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빼든 칼이니까 시늉은 해야겠지만, 진짜 ‘올인’하는 건 ‘상바보짓’이다.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이라는 근본 화두를 놓치고 국정원과 여당의 ‘장난’에 농락당한 걸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진정한 반성은 원래의 문제의식으로 돌아가 국정원 진짜 개혁이 이뤄지도록 온힘을 쏟는 것이다.

개혁은 국정원 스스로를 위해서도 절실하다. 국정원 직원들은 지금 이 순간 자신들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기 바란다. 국면 반전에 자신의 역량을 낭비하는 직원이 많을수록 국정원은 정상이 아니다. 핵심기관이 병든 국가엔 미래가 없다. ‘내 밥줄’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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