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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착한 금융’의 시대와 과제(2)

 

선거 때문일까? 평소 관심이 없던 ‘착한 금융’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많다. 지난 칼럼에 대한 수요자의 저의가 어떻든 간에 그 관심을 배경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쉽게 빌리지 못 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주체를 지원하는 ‘착한 금융’에 대해 한 번 더 논의해 보고자 한다.

자금 공급자는 그 수요자에 관해 장래 시점에서의 회수 가능성을 판단하여 자금을 융통하는, 즉 금융거래에 임한다. 물론 여신에는 이와 같은 판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금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판단에는 리스크뿐만 아니라 비용도 들게 마련이다. 특히 양자 간에 ‘이질성’이 존재하면 여신 판단에 소요되는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따라서 행여 자금 수요자가 현대적인 재무제표를 제시하지 못하기라도 하면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금 공급자의 경우 이를 여신 대상에서 배제하게 된다. 대출 결정에 관련된 비용을 절약하기 위함 때문이리라. 여기서의 ‘이질성’에는 성별, 학력, 소득수준 등의 자금 수요자의 속성과 경제적 이익보다는 사회적 이익을 추구한다던지 하는 자금 수요의 목적 등이 포함된다. 자금 공급자 측은 한 사회의 주류에 위치하고 있어 소득수준이 낮고 또 사회적 이익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자금을 빌리고자 하면 이들이 주류사회에 속하지 않아 돈을 빌릴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보는, 이른바 ‘빨간줄’을 긋는다. 이에 금융거래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가 작용하게 되면, 규모의 크기와 여신 관련 비용은 비례하지 않는 즉 거래규모의 영세성은 비효율을 초래하기 때문에 돈벌이가 아닌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조직은 여신 결정 이전에 배제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금융배제’는 단순히 경제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있어 가장 심각하게 작용하고 있는 현실적인 사회문제이다. 낮은 신용등급의 개인, 영세기업,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 경제조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금융배제’의 문제는 위와 같은 이론적 논리의 연속선상에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이지 않은가.

‘금융 공공성’ 또는 금융기관은 공익성을 갖는다는 논리를 한 번씩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이 왜 공공성을 갖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변 논리는 충분히 제시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금융, 특히 여신 기능은 왜 사회적으로 또 공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논의해 보자. 금융이라고 하는 것은 ‘현재 시점과 장래 시점 사이에서 자금의 교환을 행하는 거래’이다. 이와 같은 거래를 통해 여신이 이루어짐으로써 현재 시점에서는 교환을 위한 충분한 재를 갖지 못한 주체가 교환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금융이라고 하는 것은 이와 같은 교환에 참가하는 주체의 수와 교환에 소요되는 재의 종류와 양을 증가시켜 시장을 통한 재의 분배방식, 즉 교환 메커니즘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또 교환을 촉진하는 가능을 발휘한다. 이 과정에서 교환이 촉진되고 또 교환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의 또 다른 분배방식인 정부에 의한 강제적인 재분배 및 공동체 내에서의 호혜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즉 정부의 실패와 공동체 내 이행의 불확실성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환 메커니즘을 통한 사회의 효율화는 금융이 여신 기능을 갖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리고 여신은 특정 시점에서 재의 잉여를 가진 사람과 재가 부족한 사람을 연결하는 중개기능과 금융기관이 여신에 소요되는 재를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즉 금융은 재의 보다 바람직한 배분 균형을 유도해낼 수 있기 때문에 공공성 또는 공익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결국 금융적으로 소외된 개인 및 조직에 대한 ‘착한 금융’이 시장 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금융소외자를 포함한 더욱 많은 사람들을 품고 가는 금융이야말로 그 사회의 교환 메커니즘, 즉 재의 시장적 분배 기능을 더욱 강화한다는 점을 ‘사회적’이라는 형용사만 접하면 아연실색을 하는 우리 사회의 시장주의자들이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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