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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공연장을 예술교육의 현장으로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학생들과 같이 공연장을 방문하는 행사다. 과정의 특성상 대학원생들과는 비교적 자주 현장 수업을 한다. 함께 관람한 공연이나 축제, 행사 등에 대해 이론과 비추어 현실적인 문제나 해결방안, 작품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의견을 깊이 있게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수강하는 인원이 60명이 넘는 학부 수업은 여러 가지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공연예술 역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은 강의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것이어서, 학부 수업도 과목별로 꼭 한 번씩은 공연장을 함께 방문하는 행사를 마련한다. 다행스럽게도 학교에서 실습 지원을 해 주어서 학생들도 비용 부담 없이 주말을 이용한 공연장 나들이를 하곤 한다.

이번 학기에는 국립극장에서 현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극장 측과의 사전 협의를 통해 가능한 프로그램을 결정하게 되는데, 국립극장은 우리나라 현대 공연예술의 역사를 대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도 공연예술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어서 매우 의미 있고 실제적인 자료들을 둘러볼 수 있다. 또, 극장 내부공간과 무대 구석구석까지 견학을 할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뜻 깊은 경험이 된다.

이번에는 서양 연출자가 참여한 창극 ‘춘향전’을 관람했는데, 공연 뒤에는 우리 고전을 서양인의 시각과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연출한 작품을 소재로 유익한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 ‘동서양 연희의 문명사’라는 다소 거창한 부제가 붙은 강의에 맞춤한 적절한 사례 공연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극장 측의 배려로 2개조로 나누어 무대감독과 기술스태프의 인솔로 무대 위, 의상실, 제작실 등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된 공간까지 견학을 하는 학생들은 연신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면서 호기심과 진지함이 묻어나는 눈빛을 잃지 않았다. 토요일 하루를 투자한 이 행사의 여운은 강의실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남의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꼈던 연극과 공연장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게 되었고, 한 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이 흘리는 땀방울과 열정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삶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이 앞으로 기회를 만들어 스스로 관람권을 사서 공연장을 찾겠다고 하니 보람을 느낀다.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과 실용적 가치에 대한 담론이 확대되면서 정책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문화예술교육진흥법이 제정되고 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 관련기관이 설립되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 제도와 인프라 구축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미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규모 있는 공연장에서 학생과 일반인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특히, 지역 문화예술회관의 설립은 양적인 면에서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정도의 성과를 일구어 냈지만, 운영 실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무늬만 문화예술기관인 경우가 허다하다. 예술을 통한 교육도 하고, 관객도 개발하고, 공연장도 살리는 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참으로 절실하다.

지난 17일 발표된 2014 ‘국민여가활동조사’ 결과를 보면 여가활동 중 문화예술관람활동(1.2%), 문화예술참여활동(0.6%)의 비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6년과 비교할 때 여가시간은 8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문화예술 관람활동은 같은 기간 5배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문화융성을 꿈꾸는 우리의 현주소가 사실은 이렇다니. 올 한 해 무상교육과 문화융성이 교육과 문화예술 분야의 키워드였다면 새해에는 공연장이 국민들의 문화예술교육과 체험의 거점이 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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