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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혼용무도(昏庸無道)

어리석고 사리에 어둔 임금을 혼군(昏君)이라 부른다. 또 평범하고 예사로운 왕을 용군(庸君)이라 한다. 만약 이같은 군주들 곁에서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배가 득세 한다면 백성의 삶과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논어(論語)에선 천하무도(天下無道)가 된다 했다. 즉 사람이 걸어야할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된 야만의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뜻하는 사자성어가 혼용무도(昏庸無道)다.

역사가들은 혼용무도의 표본을 이야기 할 때 곧잘 중국 진(秦)나라 두 번째 황제 호해(胡亥)를 예로 들곤 한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지방에 순행을 나갔다가 갑자기 병사했다. 환관 조고(趙高)는 유서를 조작해 적장자인 맏아들 부소가 아닌 어린 호해를 후계자로 옹립 했다. 그리고 승상 이사(李斯)와 권력을 독단하여 가혹한 정치를 펼쳤다. 호해는 환관 조고의 농간에 귀가 멀어 실정과 폭정을 거듭하다가 즉위 4년 만에 반란군의 겁박에 의해 자결을 하고 진은 멸망하고 만다는 얘기다. 조고는 사슴을 말이라 하면서 왕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어제 대학교수들은 올 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고 한다. 한국의 지성을 대변한다는 교수들이 2015년 한국 사회에 대해 국가 지도자가 무능하고 사회가 어지러운 상태라고 노골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교수신문은 선정 이유에 대해 연초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여 준 것이 첫째라고 했다.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된 것도 이유 중 하나라 밝혔다.

교수들은 이외에도 ‘사시이비’(似是而非·겉은 옳은 것 같으나 속은 다르다) ‘갈택이어’(竭澤而漁·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어 고기를 잡는다) ‘위여누란’(危如累卵·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롭다)을 올해의 사자 성어로 제시, 세상을 걱정스럽고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되돌아 봤다. 총선이 있는 내년, 민심의 향방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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