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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인도주의와 동포애

 

19일, 통일부는 대변인을 통해 북한의 수해지원 요청에도 대북지원의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통일부는 북한수해의 피해복구지원을 위한 민간단체들의 대북접촉 승인요청에 대해서도 아직 검토 중이라고 표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의 세 야당은 북한수해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결과 북한의 수해지원여부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뜨거운 감자의 껍질을 벗겨내면 그 속에는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이념과 정신이 북한수해지원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한수해지원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인도주의는 인종, 민족, 국적, 종교 등의 차이를 초월한 인간의 존엄과 복지 증대를 이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현재 북한수해의 긴급지원이 필요한 이재민은 14만여 명에 달한 실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최근 세계식량계획(WFP)과 국제적십자연맹(IFRC)이 대북수해지원에 나선 것은 바로 인도주의적 이념에 따른 것이다. 이는 곧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북한의 이재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동포애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한수해지원은 결코 외면해선 안된다. 동포애는 이념, 체제, 제도 등을 초월하여 한민족, 한겨레가 가족처럼 서로 사랑을 느끼는 것을 정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이재민들은 재해복구의 국가체계가 미약한데다 조만간 겨울이 도래할 경우 추위의 고통과 겹쳐 생존의 위협도 가중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정권과 주민과의 분리원칙에 따라 동포애의 정신이 적극 발휘할 시간이다. 과거 1995년 북한의 대홍수피해 때에도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북식량지원을 했지 않았는가. 이에 앞서 1984년 남한의 수해때에는 북한이 대남수해물자를 지원했지 않았는가. 이처럼 남과 북이 한민족, 한겨레의 고통을 서로 나누었던 것은 곧 동포애의 발로에 따른 것이다.

이와 같은 인도주의와 동포애의 공통점은 바로 ‘인간애, 즉 인간사랑’에 터잡고 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촌이나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사랑의 실천, 이성과 감정을 공유한 인류동포의 사랑으로 베푸는 것이 바로 인간애, 인간사랑의 결정체이다. 이것이 꾸준히 나타나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쌓이게 되고 그 결과 사람사는 세상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남북관계는 1970년대 이전 수준으로 치닫는 최악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의 지속적인 강경도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의 대북강경정책도 강화되고 있다. 남과 북의 강경일변도로 남북대화와 남북경협사업은 현재 완전히 중단된 실정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경대응과 별개로 북한수해의 인도주의와 동포애적 대북지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인본주의에 근거해 인간과 인간의 마음이 중요시되고 마음이 통하는 정과 사랑을 매우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한민족의 정서에는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애천애인의 사상이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 가운데 방점은 한마디로 사랑이다. 사랑이란 사람을 위한 도리, 즉 인도주의와 겹쳐 생명의 가치, 즉 인간존엄성을 담보하는 속성을 담고 있다. 그 속성에는 남과 북의 한반도에서 역사운명공동체라는 민족성의 인연이라는 실타래로 엮어져 있다. 이는 우리가 부정하거나 거부한다고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실타래가 끊을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가 먼저 북한수해지원에 나서자. 그 실타래는 푸는 것은 바로 서로가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풍속 중에 ‘수명을 길게 해주려는 뜻이 담긴 실’인 장명사(長命絲)처럼, 남과 북의 한민족/한겨레가 남북관계의 장에서도 순수하게 사랑의 실타래가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런 기대를 ‘해동죽지(海東竹枝)’에 실린 다음과 같은 칠언시에 담고서.

“일곱 씨앗 목화를 올올이 자아내어/ 아침 해 밝을 때까지 물레소리 스릉스릉/ 가늘고 가는 장명실을 뽑아내어/ 새 봄 첫 토끼날에 아이에게 채워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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