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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들에 기억 속에는 방 한가운데 천정에 매달린 채 환하게 비추던 백열전구가 생각이 날 것이다. 그리고 가끔은 별안간 나간 전기가 기다려도 들어오지 않을 때 어둠 속을 더듬어 방구석 어딘가에 놓아둔 초를 찾아 불을 밝힌 기억도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형광등보다는 백열전구를 많이 사용했고 어느 집이고 비상용으로 양초를 몇 개씩은 준비해놓고 살던 시절이었다.

전등 밝기와는 비교가 안 되어도 전기가 나가고 나면 다시 들어올 때까지는 어둠을 거두어주고 잠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까지도 선사하곤 했다. 때론 무엇인가 간절한 마음을 가져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던 서민적인 정서가 가득한 촛불이기도 했다.

추워지고 비까지 온다는 뉴스에 마음이 편치 않다. 아무래도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걱정이 된다. 일손이 잡히지도 않고 해서 이웃에서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원임씨에게 전화를 했다. 원임씨 혹시 오늘 광화문 갈 생각 있어요? 아무래도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생각 있으면 같이 갈까요 하니, 오히려 감기로 병원 다니시는걸 아는데 괜찮겠어요? 한다. 그러게요 그런데 아무래도 오늘이 고비 같은데 날씨가 추워진다니 사람들이 많이 안모이면 어쩌나 걱정이 되어서요. 가신다면 나도 가볼까 해서요. 그럼 옷 단단히 입고 우비나 우산 준비해서 전철역에서 만나지요 한다.

청평역에서 출발한 전철은 상봉역이 종착역이다. 청량리까지 들어가는 열차가 가끔 있기는 해도 그걸 기다릴 수는 없었다. 환승에 환승을 해서 도착한 곳이 종로3가역이다. 역사를 빠져나와 광화문 쪽으로 가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오랜만에 올라온 서울이라 그런지 낯이 설다. 더군다나 넓은 도로에 차 한대 없이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까지 하고 약간에 설렘까지도 생긴다. 노점에서 천원을 주고 초를 하나 샀다. 광화문 가까이 다다르니 더 이상은 앞으로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사람으로 꽉 차있다.

사람이 많이 모인다 해도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경한 모습이다. 추워서 비가 와서 사람들이 조금 나오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큰맘 먹고 올라왔는데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와 비슷한 생각들을 많이들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대부분이 서울 사람들이겠지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전국 각 지방에서 많이들 올라오셨다. 나라가 걱정이 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같은 생각인가보다.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대규모 시위가 촛불을 듦으로 인해서 평화로운 시위가 되고 150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도 그 어떤 불상사도 없이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 높은 국민의식의 수준과 함께 촛불이 가진 특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두 손으로 촛불을 받쳐 들면 왠지 숙연해지고 간절해지고 뭔가 이루어질 것 같은 마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촛불 파도타기는 장관을 이루었고 촛불 1분 소등 그리고 다시 점화는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는 퍼포먼스였다. 그 옛날 전기가 나갔을 때 어둠을 밝혔던 촛불은 방 하나를 밝혀주고 지켜주었지만 광화문에서 촛불은 우리나라를 우리 국민을 우리의 후손을 지켜주는 촛불이 되리라는 믿음에 막차로 돌아오는 길이 피곤하다기보다는 그 현장을 함께 하였다는 뿌듯함이 가슴속에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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