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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청계천 ‘판잣집 소년’ 김동연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는 못 갔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에겐 늘 ‘학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지명자의 이력이 연일 화제다. 청계천 판잣집촌 소년가장에서 고졸 신화를 일으키며 차관 아주대총장에 이어 부총리 후보자가 됐기 때문이다. 6.25 전쟁 직후 태어나 어려웠던 ‘베이비부머 세대’의 표상이기도 하다. 덕수상고를 나와 은행에 다니며 야간이었던 국제대학을 다니고, 후에 미국유학도 해 엄밀하게 말하면 고졸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가 자라온 이력을 보노라면 ‘죽기 살기’로 공부를 더해보려는 악착같은 노력의 과정이었고, 당시 가정형편으로서는 엄두를 내기가 어려웠을 거여서 더욱 빛이 난다.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동시에 합격한 김 내정자는 가정형편이 괜찮았다면 아마도 명문대학교에 들어가고도 남았으리라. 어쨌든 김 총장이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것은 명문대로 대별되는 학력주의 사회에 던져주는 의미가 크다. 고난을 극복한 감동이 크기 때문이다.

김 총장과 같은 유사한 사례들은 우리 사회에 얼마든지 있다. 공고를 나와 1976년 금성사에 입사해 평생을 세탁기에 매달려 온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고졸로 삼성전자 상무에 올랐던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가리봉동 벌집촌의 신문배달 소년이었던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 업체 넷마블게임즈의 창업자 방준혁 이사회 의장 등이다. 경주공립보통학교가 최종 학력인 고 김수학씨는 공무원으로 들어와 대구시장, 경북도지사를 거쳐 1978년부터 1982년까지 제4대 국세청장을 지냈다. 지금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재심 전문변호사 박준영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고등학교를 다닌 게 학력의 전부다. 내 주변에도 이같은 친구가 여럿 있다. 고등학교 시절 자율학습에 이른바 ‘땡땡이’를 밥 먹듯 치던 친구가 1천억 원 매출의 중견기업 회장이 됐다. 점심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해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 학교 근처를 배회하던 시골 출신 친구는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공기업의 수석연구원으로 있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구조에서도 이같은 입지전적인 성공사례들이 얼마나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22일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교육’ 특강에서 김 총장도 “기성세대는 ‘열심히 하면 성공하는 세대’로 그 원동력에는 ‘교육’이라는 시스템이 작용했지만, 지금은 명문대 입학생들의 가계 소득을 보면 알 수 있듯 교육은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 하는 수단이 됐다”며 “교육이 더 이상 부와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힘겹게 살아온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11살 때 아버지를 여읜 김 내정자는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히고 과거 계급 사회가 된다면 그건 문제라는 지론을 펼쳐 젊은이들에게 성취동기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주대가 세계 명문대 연수 기회를 제공하면서, 어학 점수나 학교 성적은 보지 않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도전 정신만으로 대상 학생을 선정하는 ‘애프터 유’ 프로그램도 그래서 김 총장의 작품이다.

그 옛날 이른바 ‘흙수저’들의 성공사례는 본인의 뼈를 깎는 의지와 공부하려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김 총장의 상황도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서 오늘에 이른 것이 큰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간판이 변변하지 못했지만 번쩍이는(?) 간판들과 경쟁했다. 쟁쟁한 엘리트 관료들이 즐비하다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실장, 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거친 걸 보면 얼마나 노력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성한 자식을 잃은 참척(慘慽)의 아픔도 겪어 본 그는 세월호의 아픔을 보고 또 통곡했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진정한 위로를 할 수 있다고 했던가. “누구보다도 서민들의 기회는 평등할 것입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김 내정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의 이같은 큰 울림을 반드시 실천해 서민의 대변자로 영원히 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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