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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명찰이 각각 달랐다. 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직은 가로명찰을, 비정규직은 세로명찰을 달았다. 정규직과 외부인력을 쉽게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차는 2000년 초부터 이런 식의 명찰제도를 써왔다. 위화감을 느낀 비정규직들은 사내 출입 때 명찰을 경비원에게 잠깐 보여줄 뿐 늘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아울러 인간적 모멸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지속적으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득권자의 반감 등으로 실행은 흐지부지다.

자신의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리는 도구인 명찰은 이처럼 매우 중요하다. 당사자 자부심의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제복 문화에 어김없이 명찰이 부착 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군인이다. 군인 중에서도 해병대가 압권이다. 이름 석자가 새겨진 빨간 명찰은 본인은 물론 해병대의 상징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병대원들은 빨간 명찰을 뺏기는 것을 굉장한 치욕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명찰은 개인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계급장과 유사한 이미지를 갖는다. 명찰은 또 자신을 알리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관리 대상임을 암시하기도한다. 일탈 행위는 줄이기 위해 학생에게 명찰을 붙이는 것이나 직원에게 명찰 패용을 의무화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명찰부착은 획일성과 관리상의 편리성을 감안한 구 시대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명찰을 뗀다는 건 출신 학교·지역 등 선입견을 배제하고 직급을 떠나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취지로 알려져 있다.

어제 경기도가 명찰 제작을 무기한 보류키로 한 모양이다. 이재명경기도지사 취임이후 산하 공무원 5천49명 전원에게 명찰 제작, 패용을 지시한지 6일만이다. 당초 “도민 앞에서 책임감을 갖고 일할 필요가 있다”는 신임 지사의 의욕 있는 주문이 “이미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일하는데 명찰 추가 패용을 왜 강제하느냐”는 공무원 노조의 반대로 좌초위기에 처한 것이다. 도가 인정한대로 이번 충돌은 직원과의 소통과정이 가장 큰 원인이다. 역시 훌륭한 리더십은 하향식 지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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