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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백]‘곡직(曲直)’에 관하여

 

 

 

 

 

곡직은 대개 옳고 그름을 표현할 때 쓰는 말로, 자의적으로는 直은 많은 이들의(十) 눈으로 보아(目) 숨은 뜻 없이(隱>□) 곧음을 형상화, 곧다, 바르다, 펴다, 세로 등으로 쓰이고, 曲은 대살이나 싸리로 얽기 설기 엮은 모양을 형상화, 구불하다, 그릇되다, 자세히, 악곡 등으로 쓰인다. 불문곡직이란 4자 성어에서 보듯 고래로 윗사람의 비리나 잘못을 종종 아랫사람이 고발하다 보니 나라의 근간인 신분질서가 흔들리는 등, 그 해악에 옳고 그름으로 윗사람을 벌하기보다 오히려 아랫사람을 처벌하는 등 상전의 잘못은 묻지도 고발도 하지 못하게 한 사례들이 역사적으로 종종 있어왔다(주 효종 때 문공의 고사, 당 태종의 고사, 이조 세종 때 허목의 고사 등).

한편 오행으로 볼 때 直은 金이라 질서의 개념이 강하고 曲은 木이라 성장 혹은 생의 개념이 강한데, 直이라면 곧고 바르고 깨끗함을 뜻하지만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 수 없듯 세속에 유리되다 보면 더불어 살기 어렵기 마련이다. 그리고 세상을 올곧게 잡겠다고 칼을 휘두르면 쌍뚱 정리야 할 수 있겠지만 섬세하지 못한 칼 놀림에 주변을 상하게 하는 등 정도를 넘어 죽음으로도 몰수 있어 直을 조심해 다뤄야 할 것이다(死).

한편 曲은 나무의 성질이라 시간이 가고 원활한 소통과 건전한 영양 공급 등 여건이 형성 되면 구불구불 사방팔방 연결되면서 사회나 나라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겠지만(生), 사회나 나라가 병들고 오염 혹 부패로 어지럽거나 위험이 닥칠 지경이라면 直이란 칼(개혁 혁명)을 들어 수술(소통이나 봉합 때로는 절개 등)하여 부패한 나라나 사회를 건전한 사회나 나라로 거듭 나게 해야 할 것이다. 즉 죽을 생명을 살리듯 直을 적재적소 올곧게 쓰면 되살릴 수 있는 것이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보는 直(수직이나 직선 등) 스마트 폰이 보급되면서 우리는 사진을 자주 찍게 되는데,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을 때 대상이나 피사체로 수평선 지평선 혹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단순 소재로 그리거나 찍는다면, 이럴 때 필자는 좋은 작품을 기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작품을 세우거나 쭉 뻗은 수평선 지평선 고속도로는 이야기가 담기지 않아 작품이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x자 수평 혹은 수직을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曲)를 담을 수 있다면 이런 경우는 나름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삶에서의 곡과 직(直)이라면 토끼처럼 빠를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은 토끼와 거북의 우화처럼 차라리 느린 거북에게 손을 들어 준다. 直이 올곧기는 하나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주변을 사정없이 자르고, 타율이란 힘으로 나아가다 보면 이내 지쳐 멀리 가지 못한다. 그러나 曲은 느리지만 성장하는 나무처럼 스스로 자라는 힘이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만물이 소생하고 나무에 새순과 새 가지가 돋아나고 꽃 피고 열매 맺고 하면서 나무가 점점 자라듯 자랄 땐 걷잡을 수 없이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염되고 탁한 현실을 피하려 명경같이 깨끗한 물에 살고 싶겠지만 정작 맑은 물에는 먹거리가 없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물론 물이 썩어도 그렇다. 그런 위험에 처했을 때 필요한 것이 直이란 칼이며 그것은 마땅히 상생을 이루기 위한 쓰임이 되어야 할 것이다.

통일을 바라보며 우리나라가 건국한 지도 어언 70년, 그동안 좌우의 사상대립 전쟁 가뭄과 홍수 고도성장 경제발전 공포정치 데모 민주화 등의 여정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고도로 경제가 발전 될 때는 금방이라도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할 듯 했으나(直) 인권 문제 데모 등으로 번번히 발목 잡혀왔다. 우리도 어느 정도 살만해 지면서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사회 제반 문제들이 불거지고 혼란과 곡절이 시작되었던 것이다(曲). 이제 우리도 통일을 바라보게 되었다. 서둘러 갈 생각하지 말고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뚜벅뚜벅 착실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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