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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아포리아]배우자 없는 삶

 

‘혼인한다’는 뜻의 한자 ‘婚(혼)’. 그리고 이 글자로 만들어지는 결혼, 이혼, 재혼, 미혼, 비혼, 졸혼 등등의 단어들. 인간은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 어떤 선택이든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삶은 변한다. 달라진 삶이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불행하지 않다면 우리는 그 선택을 어떻게든 유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선택 이후의 삶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생기고, 달라진 삶을 불행하다고 느끼면 우리는 두 번째 선택을 고민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혼인 방식은 결혼(結婚)이다. 하지만 이혼, 재혼 등 두 번 이상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연애와 신혼 시기 행복의 조건은 “당신만 있으면 돼”이지만 부부로 살아가면서 행복의 조건이 “당신만 없으면 돼”로 바뀐다고 이야기한다. 농담은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런데 나의 삶에서 배우자가 사라진다면 과연 불행이 사라질까?

여성가족부가 2015년 실시한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대화시간이 30분 미만인 부부가 전체의 30.9%였다. 5년 전인 2010년 17.5%보다 비중이 2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40~50대 부부에게서 대화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다. 부부관계에 대한 만족도 역시 2010년에 비해 5.7%p 하락했고 불만족은 5.2%p 증가했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줄어드는 부부 대화시간과 부부 관계 만족도 하락은 높아지는 황혼 이혼과 직결된다.

인간은 결혼, 이혼, 이직, 이사 등 삶의 변화가 발생할 때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한다. 워싱턴 의과대학의 토마스 홈즈 박사팀은 1967년 개인의 스트레스 지수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43개의 스트레스 등급을 만들어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의 스트레스 지수는 100점 만점에 50점으로 43개 항목 중 상위 7위였다. 개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사건은 배우자의 사망(100점)이었고, 2위는 이혼(73점), 3위는 별거(65점)였다.

개인에게 충격을 주는 상위 10가지 사건 중 절반이 배우자와 관련된 사건이다. 참고로 4위 구금, 5위 가족의 사망, 6위 본인의 상해 및 질병, 8위 해고, 10위 정년퇴직이었다. 2017년 영국에서 루시 도널드슨 박사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가장 큰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사건 1위는 여전히 배우자의 사망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의 존재는 50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중요하다.

배우자와 관련된 스트레스는 개인의 건강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삼육대 천성수 교수의 논문(대한보건협회 학술지, 1999)에 따르면 이혼 남녀의 평균 수명이 배우자가 있는 남녀보다 8~10년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보험연구원 분석(2010년 기준)에 따르면 아내와 사별한 남편의 사망률은 부부로 살아가는 남편보다 4.2배 높았고 남편과 사별한 아내의 사망률도 부부로 살아가는 아내보다 2.8배 높았다. 배우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09년에 이미 80세를 넘어섰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라면 100세까지 사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혼인 방식을 한 번 이상 선택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첫 번째든 두 번째든 중요한 것은 현재 배우자와 함께 하는 삶이다. 만약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단시간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불행을 선택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결혼을 선택하면서 기대하는 것은 행복이다. 행복한 부부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의 ‘성숙함’과 ‘건강성’이다. 자신이 아닌 배우자를 바라보며 배우자의 변화를 기대하면 부부 아포리아(난관)에 빠진다. 내 의지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는 배우자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의 성숙함과 건강성이 향상되는 만큼부부관계도 향상된다는 점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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