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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내 마음속의 정지버튼을 활용하라

 

 

 

며칠 전 대학 총동창회 회의를 진행할 때 의견교환과 토론이 펼쳐졌다. 회의 전반을 경청하고 있던 교수의 표정이 언짢은 듯 보였다. 이어 축사로 한마디 해달라는 진행자의 말에 무선마이크를 전달하자 뭔가 언짢은 듯 “왜 말을 짧게 하라 마라 하느냐. 당신이 내 상사야”며 지켜보는 이들을 무시한 채 격양된 언성으로 회의장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지 못한다. ‘열 받은 김에’ 마구 엉켜버린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바람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부의 자극이나 말과 행동에 즉각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툭 건들면 톡 터지는 꽃망울처럼 자신의 속내를 불쑥 드러낸다.

호랑이는 눈앞의 먹잇감이 나타났을 때 무턱대고 덤벼들지 않는다. 입맛을 돋우는 후각의 자극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떻게 먹잇감을 낚아챌지 숨고르기를 한 뒤에 반응한다. 사람도 자극과 반응 사이의 중간 단계가 있다.

나치 독일의 박해를 받아 죽음의 수용소 생활에서 살아남았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어떤 공간이 존재한다. 그 공간에 자신의 반응을 선택하는 우리의 힘이 존재한다. 우리의 반응에는 성장과 자유가 있다”고 했다. 그가 죽음이 만연하던 수용소에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있는 ‘선택의 공간에서 발휘하는 힘’ 덕분이었으리라.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에서 겪어야만 했던 숱한 외부의 자극은 삶의 희망을 앗아가기에 충분했을 테다. 그러나 매번 절망을 느끼게 하는 자극에 일일이 절망의 반응을 보이기보다 희망을 부여잡는 선택을 했다. 매일 배급되는 물은 하루치 마실 물로도 부족했지만, 절반만 마시고 나머지 물로 세수를 했다. 깨진 유리조각으로 면도를 하고 스스로를 관리했다. 그가 전쟁이 끝난 뒤에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제목처럼 살아서 나갈 수 있는 희망보다 죽음이 더 가까웠던 그곳에서 그의 선택은 품위를 지키는 삶이었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선택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전략적일 수가 없다. 그리고 미리 막을 수 있는 실수도 저지르기 일쑤다. 자신의 행동이나 말이 어떤 후폭풍을 일으킬지, 또 미리 앞을 내다보는 포석을 어떻게 둬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전략적일 리가 없지 않는가. 실수를 저지르는 것도 자극에 곧장 반응을 하니 미리 막을 여유가 없어서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자극을 받겠는가? 장사를 하는 동안에도 늘 웃고만 있을 수 없다. 취업 면접을 보러 갈 때도 면접관으로부터 자극적인 질문에 현명한 대답을 해야만 한다. 이렇듯 사람은 직업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자극에 노출되어 있고, 자극에 따른 반응을 보인다. 매순간이 자극과 반응의 연속인 셈이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존재감을 돋보이고 인정을 받으려면 자극과 반응 사이의 선택이 남달라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 즉 ‘선택의 자유’를 거치는 훈련을 강조한다. 어떤 자극에 대해서 반응을 보이기 전에 잠깐 멈춰 생각을 하고 난 뒤 선택을 하여 반응을 보여야 한다. 직장 및 사회조직의 리더라고 자칭한다면 더욱 더 ‘자극, 선택, 반응’이라는 과정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세 번을 생각한 뒤에 행동을 하라는 삼사이행(三思而行)도 자극과 선택, 그리고 반응의 의미와 다를 게 없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다스리고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게 필요하다.

당장의 생각의 차이와 갈등에 욱하기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을 선택한다면, 갈등과 문제 해결의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도 줄일 수 있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무작정 평정심을 되찾는 게 아니다. 고요한 평정심의 수행만큼이나 자극과 반응 사이의 선택을 발휘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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