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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전형철

혁명은 손끝으로부터 비롯되는 일

빈 잔 너머 깜박이던 피뢰침의 알전구를 타진하는 일

떠나간 옛 애인의 허리를

버즘나무 가로수를 안고 기억하는 일

불면의 밤마다 감은 눈동자에 맺히는

별자리를 헤아리는 일

덧니 난 입속을 유영하는 축축한 혀를 거두는 일

그립다는 촉수 같은 것은 스스로 잘라 내는 일

성급한 고백은 납작한 표정으로 숨기는 일

저주의 주둥이에 납덩이 추를 달로 낚시하는 일

고통을 빚진 자를 찾아 신음하게 하는 일

작은 죄는 더 큰 죄로 경신하는 일

무한 수렴되는 신전의 기둥

외다리로 서 있다 투신하는 일

- 전형철 시집 ‘고요가 아니다’

 

 

 

 

혁명을 이루자고 다짐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매년마다 매월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다짐하는 혁명. 생각에 뿌리박혀 있는 적폐를 청산하자, 말에 도사리고 있는 부정(不淨)을 타파하자, 행동을 몰고 가는 독단을 철폐하자. 그러나 혁명은 마음속의 다짐만이 아니라 ‘손끝으로부터 비롯되는 일.’ 알전구의 상태를 타진하듯, 눈동자에 맺히는 별자리를 헤아리듯, 그리움의 촉수는 잘라내듯, 작은 죄는 더 큰 죄로 경신하듯, 외다리로 서 있다 투신하듯 그렇게, 구체적인 실행과 슬픔을 동반해야 하는 것. 면밀하게 살피고 혁명의 뒷모습을 감지하며 애를 태우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것. 고투(苦鬪)를 넘어 온몸을 던져야 하는 것.

/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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