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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눈

                                 /손연식



저녁 7시, 눈발이 날린다



예고 없이 온 눈이어서

눈 내리는 풍경이 달갑지 않다



기차는 오지 않고 내려쌓이는 눈



-우유 잡수슈

-지금, 안 묵을끼다



마음과 마음이 포개지는 소리

쌓이는 눈



-손이 찹제요

-괴안타



기차는 오지 않고

몇 안 되는 승객들은 점점 등이 굽고



노인과 노인의 체온이 옮겨간

치외법권 같은 둘만의 온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저녁이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장면. 왠지 마음이 따뜻하게 적셔온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면서 온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에 지친 하루가 힐링되는 것 같다. 손발이 꽁꽁 얼 정도의 겨울 날씨, 기다려도 기차는 오지 않고 하염없이 눈은 내리고 있다. 노부부의 짧은 몇 마디 말속에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서로에 대한 정이 묻어난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곁에 누군가 있다면 견딜 수 있다. 50년 60년을 함께 살아도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없다면 함께 산다는 의미는 없어질 것이다. 이혼이 급증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대인의 삶. 거리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는 은발의 노부부를 볼 때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서로를 배려하고 인내하고 참았을 것인가. 아름다움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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