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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의 시선]겁박

 

 

 

‘갑오세(甲午勢) 가보세 / 을미(乙未)적 을미적거리다 / 병신(丙申)이 되면, 못 가리’

1894년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발발 전후로, 당시 농민들이 불렀던 민요이다. 또 지난달에 종영된 드라마 ‘녹두꽃’에서 일본군 총에 맞은 등장인물이 쓰러져 가며 애절하게 불러, 널리 알려지게 된 노래다. 여운이 많이 남아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해석의 여지가 별로 없는 노랫말이다. 당시 만연한 부패를 척결하고 개혁에 박차를 가하자는 다그침이다. 하지만 정반대의 시각이 있다. 일찌감치 실패를 예감한 좌절감의 표현이라는 해석이다.

드라마 ‘녹두꽃’은 48부작으로 방영됐다.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근대사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대사건이며 근대화의 시원이다. 그런데도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 반갑고 의미 있는 드라마 방영이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 백이현은 양반의 부당한 처사에 반발해 친일파로 돌아선다. 바로 그 스토리는 실상과 전혀 다르다. 자칫 친일행위의 면죄부로 작용될까 심히 염려돼 언급하는 것이다. 당시 대부분의 일본군 앞잡이들은 자발적이었다. 일본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했었다. 드라마의 백이현처럼 내몰린 자들이 결코 아니다. 오직 자신들의 영달만 있었다. 일본군보다 더 악랄한 패악으로 뱃속을 채웠던 자들이다.

요즘 친일파들은 신이 난 모양새다. 아베가 경제보복을 감행하는 시점을 맞춘 것 같다. 이제 드러내놓고 준동하고 있다.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다. 이참에 친일 정권이라도 세울 태세다. 러시아 항공기가 영공을 침범하고 북한이 연거푸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모두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도 구한말의 주변국 정세를 억지스럽게 대입해 불안을 조성하느라 안간힘이다.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50년이니 10년이니 하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우리국민을 서커스단의 코끼리 마냥 길들이려 하고 있다.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트리고 있다. 일본의 극우세력과 교묘하게 소통하며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 베네수엘라를 끌어들여 7달러를 들먹이며 여성들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구한말처럼, 외환위기 때처럼, 나약하거나 허약하지 않다. 세계 6대 제조 강국이며 수출 강국이다. 또 국민소득도 3만 불이 넘고, 한류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문화강국이다. 군사력도 세계 8위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신용 평가도 일본에 앞선다.

그런데도 정반대의 목소리가 거침없다. 결코,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이길 수 없다며, 떠들어 댄다. 최신무기를 가진 일본에 죽창으로 맞서는 격이라며 비아냥댄다. 정부가 내놓은 부품·소재 산업 육성계획을 ‘신쇄국정책’으로 규정하고 비난한다. 우리 정부의 잘못으로 규정해 놓고 아베에게 사죄해야 한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어 대고 있다. 이상한 자료를 들이대 일본의 조치 여하에 따라 제2의 IMF 사태가 일어날 것처럼 엄포다. 아베보다 더 아베스러운 내부 총질이 아닐 수 없다. 이를테면 일본과의 찰떡공조로 윽박지르고 있다.

필자는, 그들의 모습에서 30여 년 전 기억이 소환됐다. 풋내기 직장인 시절이었다. 그럴듯한 경력을 가진 강사였다. 그의 경영기법 강의가 곁가지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기심이 앞섰다. 결국, 강사의 권유로 몇몇 교육생이 따라나섰다. 그리고 목적지에 들어서자마자 겁박이 시작됐다. 자신들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며 근 한 시간 동안이나 다그쳤다. 그들이 준비해 놓은 종교의식을 치러야 무사할 것만 같았다. 겁에 질려 머릿속이 하얘져 정신이 혼미해졌다. 다행히 내가 믿는 주님의 능력으로 이겨냈지만 생각할수록 섬뜩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가슴이 저절로 쓸어 내려질 만큼 아찔했다. 그런데 그 기억에서 친일파의 겁박이 보이는 까닭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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