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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경영]노력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힘든 고난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것이고, 대개 세상은 공정해야 하며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 세계관을 사회심리학에서 ‘공정한 세상 가설(just-world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이것을 처음 개념화한 사회심리학자 멜빈 러너(Melvin Lerner)는 1978년 ‘공정한 세상 연구와 귀인과정’ 이라는 논문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공정하게 보고 싶어 한다는 심리를 증명했다.

복권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친구가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알려주자, 학생들은 당첨된 친구가 공부를 더 열심히 했을 것이라고 합리화 시키는 경향을 나타냈다. 멜빈 러너는 이처럼 사람들이 불공정한 세상에 상처받지 않으려고 스스로 합리적 가설을 만들어 내며, 합리화를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았다.

공정한 세상 가설에 따르면, 어떤 일이든지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은 없다. 공정한 세상 가설을 믿는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보상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처벌받는다고 이야기 한다. 성실하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을 거라는 생각. 과연 그럴까.

1999년 일본을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본의 아니게 명예퇴직을 권고 받은 58세 과장이 사장실로 뛰어들어 할복한 사건이었다. 사장실에 뛰어든 남성이 쓴 항의문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입사 후 30여년, 먹고 자는 것도 잊고 가정을 돌볼 시간도 없이 일하면서 오늘의 회사를 일구어 냈다”

회사를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한 그에게 명예퇴직 권고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던 자신에게, 회사를 위해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일했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는가. 그에게 회사의 결정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헌신했던 노력에 비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 조직에 대한 불신이 싹트게 되고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어 삶을 옥죄어 온다.

살다보면 때로는 지금 앞에 있는 현실을 수용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데 ‘공정한 세상 가설’에 빠져 있다면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저지르기도 한다. 언뜻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그는 공정한 세상 가설에 사로잡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받는다고 믿는 심리와 이 가설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노력지상주의를 설파한다. 세상은 공정하니까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란 기대.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노력이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이 전부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 분명하게도 세상은 공정하지 않다. 세상이 공정하려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고 그것이 보상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세상이 공정해야 하다고 하면, 실제로 성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은 언젠가 발탁되거나 각광을 받아야 한다.

노력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은 바람일 뿐이고, 현실 세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직시하지 않으면 풍요로운 인생을 살아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면, 섣불리 이 사고에 사로잡히면 승산 없는 헛된 노력으로 인생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노력을 기울일 만한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은 삶을 이끌어 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다만 가끔이라도 그 노력하는 모습들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정말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지, 똑같은 노력을 계속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조직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내 삶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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