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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숨은 꽃

숨은 꽃

                                 /휘민

숨이란 말 참 좋더라

그렇게 따스울 수 없더라

후우하고 내뱉고 나면

가슴속까지 편안해지는 말

콧구멍 간질이며 온몸을 덥히는 말

그러나 바닥까지 내려놓으면

돌멩이처럼 싸늘해지는 말

산다는 건

누구나 자기 몫의 어둠을 길들이는 일

슬픔의 모서리를 숨통처럼 둥글게

둥글게 깎아내는 일

몸속을 돌아 나온 더운 피로

숨결인 듯 눈물인 듯

붉은 꽃을 피우는 일

- 휘민 시집 ‘온전히 나일 수도 당신일 수도’

 

 

어둠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이 어둠은 악연이나 실연 혹은 가난 같은 데서 우연치 않게 출몰하고는 한다. 어둠이 감지될 때 우리는 ‘후우하고’ 큰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그 ‘숨’으로 편안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어둠이 하도 깊고도 짙어서 숨통조차 트이게 하지 못할 정도라면 어찌 해야 할까. 그 ‘숨’을 돌멩이처럼 싸늘하게 내려놓아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에게는 어둠 속에서만 피어난다는 저 ‘붉은 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꽃은 슬픔의 모서리를 둥글게 깎은 후에야 피어나는 ‘숨어’있는 꽃이기도 하며, 그래서 ‘숨’은 곧 ‘꽃’이기도 하다. 우리 몫의 어둠이 길들여지기만 한다면./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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