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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이웃집 이야기

 

 

 

 

 

높은 담벼락을 세운 저택이 있었다. 주인은 그 담벼락 때문에 주야장천 신경이 곤두서 있다. 심심하면 사람들이 그곳에 애완견을 데려와 오줌을 누이거나 한밤엔 취객들이 실례를 하고 갔다. 오물 냄새가 등천을 했다. 그래서 담벼락에 경고문을 썼다. ‘이곳에 오줌 싸지 마시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몰래 실례를 더 저질렀다. 그는 성질을 못 이겨 파출소에 전화를 했다. 파출소장이 와서 보고 한마디 했다.

“그러지 말고 저 담벼락 경고문을 ‘니 맘대로 싸시오!’라고 고치시오. 왜냐? 사람의 심리란 하지 말라면 더 하는 성질이 있소. 틀림없이 똥오줌 냄새가 덜 할 것이오.”

듣고 보니 그럴싸한 얘기였다. 주인은 담벼락에 이렇게 썼다.

“니 맘대로 싸시오!”

그다음 날부터였다. 예상은 적중하지 못했다. 그걸 본 마을 주민들이 너나없이 그곳에 개를 데리고 와서 똥오줌을 내갈겼다. 이를 본 주인 남자가 펄펄 뛰면서 미친개처럼 설쳐댔다.

“왜 싸! 여기가 개 오줌 싸는 곳이야!”

그러자 개를 끌고 온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여기 당신 손으로 니 맘대로 싸라면서? 그러니까 맘대로 싸는 거 아니오.”

주인 남자는 억장이 터져 울먹거리며 하소연을 했다.

“이것 보시오. 이는 파출소장의 아이디어요. 공인의 말씀이란 말이요.”

“공인의 말씀이 그렇지 않소. 너, 맘대로 싸라니까 싸는 거 아니오.”

그 말을 들은 주인 남자가 울면서 파출소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전임 파출소장은 가고 후임 파출소장이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충청도 ○○경찰서로 파견을 갔소. 꼭 따지고 싶다면 그곳에 가서 따지시오.”

주인 남자는 억장이 무너져 더욱 슬피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다시 담벼락의 글씨를 이렇게 고쳐 썼다.

“개 조심! 니 맘대로 싸면 안 됨!”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하던 버릇대로 만만하면 그곳에 찾아가 마음대로 볼일을 보았다. 급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그곳에 퍼질고 앉아 대소변을 보았다. 사흘도 못 가 그곳 담장 아랜 똥오줌 천지가 되었다. 환장한 주인은 어느 날 밤 대들보에 목을 매달고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죽는 것도 맘대로 되지 않는 법인지 하필이면 그 시간에 그의 아내가 카바레에 갔다가 들어오다가 남편을 발견했다. 그는 죽지도 못했다.

이후 그는 줄기차게 몇 번의 자살 시도를 했다. 이에 성질이 난 주인 여자가 이혼소송을 걸었다. 그들은 지금 각방 거처 중이라고 한다. 당연히 집도 내놨지만 벌써 ‘개 조심!’ 집으로 소문이 자자한 터라 집값이 갯값인데도 팔리지를 않는다.

이에 허파가 뒤집어진 그 집 남자는 심심하면 대문을 열고 나와 자신이 쓴 ‘개 조심!’ 아래에 대고 오줌을 갈겨댄다. 내가 보기론 그는 머잖아 이혼에다 정신병원까지 실려 갈 것 같다. 그런데도 그 집 담장 앞엔 아직도 마을버스가 선다. 워낙 똥오줌 냄새가 코를 찔러대니 아무도 그곳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나라의 법을 지키는 전임 파출소장께서 참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 주셨다.

지금 그 담벼락엔 이런 글자가 쓰여 있다.

“개 조심! 제발 니 맘대로 싸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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