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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의 시선]정화함대

 

 

 

 

 

지난 2003년, 영국해군 잠수함 퇴역장교 개빈 멘지스(Gavin Menzies)가 영국 왕립 지리학회에서 ‘신대륙 발견자는 콜럼버스가 아닌 정화함대’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의 통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물론 주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에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화함대’는 명나라 환관이었던 정화(鄭和)의 이름을 딴 선단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보다 70여 년이나 앞선 원정 선단으로 1405년 해외 대원정을 시작한 이래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무려 일곱 차례나 왕래했다. 뛰어난 항해술을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선단의 규모도 선박 약 200여 척, 선원 연인원 약 3만여 명이 승선했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때 꾸렸던 선박 3척 선원 90여 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였다. 함대 본선은 길이 150m, 폭 50m, 높이 9m나 되었다. 19세기 영국함대 출현 전까지 세계최대 함선이었다. 전투는 물론 의료, 교역, 외교, 심지어 가무단 등이 구성된 다양한 임무가 주어진 대규모 함대였다.

‘정화함대’의 해외 원정은 중세 대항해의 서막이었다. 해상 실크로드의 선구자적 역할이었다. 또 함대의 항해 기록인 ‘정화항해도’에 5,000여 개의 지명과 방위, 항구, 암초 등을 명기해 놓았다. 항해 거리, 항해 기간, 항해술 등 모든 면에서 유럽에 멀찌감치 앞서있었다. 하지만 그 활약은 얼마 가지 못했다. 유교적 관료세력이 환관인 ‘정화’를 못마땅하게 여겨 여러 구실을 만들어 선단의 항해를 중단시키고 해체했기 때문이었다.

콜럼버스의 경우는 어떤가? 콜럼버스는 이탈리아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스페인 왕을 설득하여 그의 도움으로 선단을 꾸려 대서양을 횡단했다. 유럽에서는 국적을 초월한 협력과 지원으로 탐험가들의 탐험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명나라는 그와 정반대였다. 환관이 주도한다는 이유로, 환관 세력의 팽창을 막아야 한다며, 정화함대의 존재가치를 배척했다. ‘정화함대’와 관련된 모든 기록을 없앴다. 특히 선박은 물론 항해 관련 기록을 모두 불살랐다. 심지어 선박을 파괴하여 땔감으로 썼다. 또 해군을 육군으로 전환하여 해외 원정의 뿌리를 뽑아냈다. 중국학자들은 이를 두고, 천 년을 통틀어서 최대의 비극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 결과, 바다는 유럽의 차지가 되었다. 콜럼버스 등 유럽의 탐험가들에 의해 신대륙이 발견되었으며 그곳의 금은 등 자원도 유럽의 차지가 되었다. 당시 인도에 미치지 못하던 유럽의 생활 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놓았다.

만약 명나라가 그 활약을 포용했더라면 어떠했을까. 유럽처럼 이어가고 발전시켰으면 어떠했을까. 아마 산업혁명을 주도했을 것이다. 아편전쟁 같은 굴욕을 당하지 않고 오히려 열강의 일원이 되어 떵떵거렸을 것이다. 근대화를 주도했을 것이고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혜를 모으지 않았다. 유럽 근대화에 종속되고 말았다. 정치가 기회와 앞날을 내팽개치고 말았다.

요즘을 인공지능의 시대라 한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처럼 전혀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세상이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점점 더 많아지는 기회로 인해 진통이 불가피하다. 진영의 논리가 작동하면 갈등이 유발된다. 며칠 전 코로나 19 사태 와중에서 총선거가 치러졌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 바람이 드러났다. 그런데도 국민의 선택을 놓고 여전히 왈가왈부다. 저마다의 입장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제는 진영의 얘기를 멈춰야 한다. 코로나 19의 대처로 한국의 위상은 세계에 드높아져 있다. 올림픽을 여러 번 개최하는 효과보다 더 크다고들 하고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안 되는 이유가 더 많은 법이다. 진영의 눈으로 바라보면 더 그렇다. 선거가 끝난 마당이니 이제 ‘정화함대’에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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