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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사회적 경제]코로나 이후, 사회적 경제가 주목하는 것

 

코로나바이러스19의 전지구적 전파 이후 시민의 일상은 어찌 변할까. 세 가지 증후군을 골라 본다.


먼저 사회의 풍토 변화다. 교육의 부재 상황에서 대중은 전통적인 학교가 무용해지는 것을 간파했다. 대학의 기능상실이 뒤따를 것이다. 개인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열린 시민대학이 는다. 자주적인 개인학습, 직접 현장에 참여하는 실습, 학습공동체와 지식동아리, 동호회가 자조적으로 꾸려가는 습작, 문제의식을 느낀 당사자들의 직간접 체험, 일하면서 배우는 노작, 교수 없는 터득 방법, 조사와 토론으로 직능인이 되는 습득가정 같은 창의적 성장 기술이 자리잡아간다.


다음은 개인의 행동 변화다. 자기계발의 풍습이 극단적으로 바뀌는데, 나는 ‘방목(放牧)’의 증후군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학교의 틀에 갇히지 않고 이것저것 내키는 대로 배우고, 몸소 익히고, 스스로 얻고, 알아서 깨닫는다.


취미와 특기, 전공에 있어 유기된 상태에 놓인 사람들 중 적극적인 개인들은 가장 유목적인 존재, 유희적인 존재로 거듭난다. 분산적이면서 전인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속출하고, 몇 가지 분화된 영역에서 전문적이면서도 여러 분야에 지식을 걸친 융합적 인재들이 드러난다. 이들은 교육현장, 학계와 직업세계보다 재야에서, 특히 개인들의 서재와 침실 책상에서 나온다. 본격적으로 사람이 콘텐츠인 시대가 왔다.


제도의 변화와 관련된 인식 변화도 있다. 위에 이야기한 두 경향에 따라 학교 없이 학습과 연구를 한다든지, 자신이 정한 취미와 특기, 전공을 마음껏 익히는 식으로 우리 의식이 변하면서 소득에 대한 경제관념이 변한다. 행정과 의회에 요구하는 지배적인 요청도 달라져간다. 세금의 사용을 혁신하자는 주장이다. 


20세기를 지배한 늙은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국민 기본수당, 약자를 위한 기본소득, 미래세대를 위한 청년배당 논의가 급부상했다. 이것은 좌파 우파의 늙은 이념문제를 냉정하게 넘어서는 현실이다. 보수적인 청년들조차 20세기에 진보적 사상이 주장했던 복지국가, 사회적 보장 개념을 수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복지와 사회안전망에 대한 요청은 기본이고, 생활 속에서 사회적 배당을 연구하고 토론한다.


이런 세대가 부상하면 세금을 걷는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기본소득을 나누자는 주장을 넘어 기본자본을 분배하자는 이야기를 당연하게 논의하고 수용하는 시민문명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시민은 코로나 사태가 예방과 방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를 생각하는 개인행동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공공영역에서 함께 답을 찾으며 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공동체가 가능한지 질문을 던졌다. 사실 시민보다 사회적 경제 조직이 이런 접근을 하기 바란다. 


사회적 경제 조직은 사회를 살리고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을 한다. 그러자면 손가락 끝에 걸린 사회문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저곳에 위치한 시민들의 삶을 응시해야 한다. 익명의 대중 같은 시민이 아니라,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들의 한계와 고달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범상하기 그지없는 생명력을 보아야 한다.


첫 번째 징후는 교육제도나 재택근무시대의 원격직장 문제가 아니다. 성장으로 자기증명을 하면서 초라해지고 싶지 않은 건강한 현대인의 욕구해소 문제다.


두 번째 징후 역시 평생학습과 사회복지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전히 생존경쟁에 내몰리는 불안한 현대인의 초상 문제다.


세 번째 것을 행정과 국세, 그리고 입법의 문제로 보면 피상적이다. 시민의 생계와 활로 문제, 또 국가의 존립이유 문제다. 사회적 경제를 이뤄가는 시민 소비자의 고민인 것이다.


코로나 위기 이후 개인의 삶에 불어닥친 징후들은, 정작 사회적 과제만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안 보인다. 그런데 개인의 삶에 나타나는 필요와 욕구를 지켜보면,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결핍들이 제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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