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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은 더더더 편하다"…용인특례시 장애인 복지관은 진화중

처인장애인복지관, VR 직종체험과 맞춤형 보조기구 제작
기흥장애인복지관, 워크봇G, 전국 최초 아쿠아 클라이밍
수지장애인복지관, 최강 직업교육, 카페 최고 매니저 등극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은 더더더 편하다.'

 

이 평범한 진리가 현실을 만나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그만큼 장애에 대한 복지인식은 말로만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 장애인 관련 단체 종사자들의 증언이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가 세제혜택과 보조금 지원 등에 치중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애등급에 따라 제도적 지원을 했지만, 신체적 능력의 한계 등을 들어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지원이 미치지 못했다. 이른바 베푼다는 알량한 생각에서 나온 시혜 정책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고 변해야 한다. 각 지자체가 저마다 장애인복지관을 설립하고 장애인 재활치료에서부터 일자리 마련까지 장애인 생애 전반에 걸친 지원을 시작했다. 그 가운데 용인특례시의 장애인 재활 서비스는 복지관을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복지관을 살펴본 사람들은 "한국 장애인 복지의 미래를 앞당겨보는 것 같다"고 한마디씩 한다.

 

이유는 증강현실, 보행로봇 도입, 일자리 지원 등을 통한 장애인 신체적 능력 한계를 끌어올려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등 다른 지역의 장애인복지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 이곳에선 일상이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2020년 전국 최초로 기흥장애인복지관에 디지털 재활치료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처인장애인복지관에 장애인 AR·VR 스포츠센터 체험공간 ‘스페이스’의 문을 열었다. 기흥·수지·처인 3개 구 모두에 장애인재활시설 구축을 완료, 민선 8기 장애인 복지 공약을 추가 완성했다.

 

용인시 장애인복지관 3곳을 둘러본다.

 

사고 없는 직업교육, 처인장애인복지관

- ‘VR 직종체험’과 ‘맞춤형 보조기구 제작 서비스’

 

 

"고기를 올려놓아요. 불 조절을 해야 해요"

 

양호진(23) 씨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말소리에 맞춰 움직이느라 분주하다. VR 고글을 착용한 호진 씨의 양손에는 스틱이 들려 있다. 스피커의 주문에 따라 주방 냉장고와 인버터, 양념이 놓인 선반을 오가고 있지만, 실제 주방은 없다. 호진 씨가 착용한 고글과 모니터 속에만 존재한다.

 

처인장애인복지관이 도입한 장애인 AR·VR 스포츠센터 체험공간 ‘스페이스’ 내 VR 직종체험실 모습이다.

 

직종체험실에서는 주방조리, 커피 제조 과정 등을 VR로 실습할 수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조리 기구를 제 위치에 갖다 놓는 일도, 불을 만지는 일도 어렵고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VR체험을 통해 위험 요소를 없애고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다.

 

“저는 커피도 잘 만드는데 직접 만들 때는 스팀이 힘들어요”

 

호진 씨는 그동안 처인장애인복지관에서 소양교육과 임가공교육 등을 받았다. 지금은 VR직종체험을 통해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탐색하고 전문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 스테이크 요리에 이어 커피 제조과정까지 보여 준 호진 씨는 "자신감이 생겨요. 반복해서 자꾸 연습하거든요"라고 자신감을 내비친다.

 

처인장애인복지관은 보조공학서비스도 진행중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보조기기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애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인의 신체 사이즈와 욕구에 맞게 3D프린터를 사용해 제작한다. 손에 힘이 없는 장애인을 위한 페트병 따개에서부터 전동휠체어 전용 조이스틱, 휠체어 전용 컵홀더, 타이핑 보조기, 재활치료를 위한 스트레칭 보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제작비용은 물론 무료다.

 

대한민국 장애인 재활치료 선두 주자, 기흥장애인복지관

- 보행로봇 ‘워크봇G’, 전국 최초 ‘아쿠아클라이밍’ 도입

 

“보조기 없이 걷는 것하고는 천지 차이지요. 이것만 타면 금방 나을 것 같아요. 다리 자체의 느낌이 아니라 허리 근육이 땅기면서 운동이 되는 느낌이 들지요. ‘내가 진짜 걷는다’라는 걸 알게 되지요”

 

기흥장애인복지관에 설치된 워크봇G에 올라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 안정경(46)씨는 하반신 마비로 인해 걷기 감각을 상실했다.

 

워크봇G는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최적으로 걸을 수 있도록 돕는 보행로봇이다. 손상된 뇌신경 기능을 주변 신경이 대체할 수 있도록 반복운동을 돕는 역할이다. 물리치료사들이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걸음을 잡아주면서 치료를 하게 되면 30분에 100보를 걸을 수 있지만, 보행로봇을 활용하면 30분에 1000보를 갈 수 있다. 급성기(병원치료시기)에 치료를 하면 3~6개월 사이에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워크봇G는 일반병원에서도 보급이 된 재활 로봇이다. 30분 이용료는 9~12만 원. 하지만 기흥장애인복지관에서는 1만 원에 이용할 수 있다. 상·하반기로 나눠 분기별 20명씩 40명을 모집하는데, 경쟁률은 대략 5대 1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다른 시·도 거주자들도 신청하지만 용인시 거주자 우선 원칙에 따라 대부분 용인시민이 기회를 얻고 있다.

 

또 기흥장애인복지관은 전국 최초로 아쿠아 클라이밍 치료를 도입했다. 아쿠아 클라이밍은 인공 암벽을 오르는 스포츠 클라이밍을 물속에서 하는 운동이다. 복지관 수중재활실에 인공암벽을 설치해 스스로 근력운동을 하기 힘든 뇌병변, 지체·발달장애아들을 집중 치료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 지원 ‘전국 Top5’, 수지장애인복지관

- 장애인복지관 직업교육 받은 교육생, 카페 매니저 되다

 

“아침에 출근해서 첫 잔을 내렸을 때 향기와 풍미가 올라오면서 기분이 좋아져요. 라테 아트를 할 때 몰입감은 최고지요”

 

수지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카페 뜨랑슈아 SAY 매니저 김준형(28) 씨가 전하는 행복이다. 준형 씨는 2013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직업전환교육을 받으며 수지장애인복지관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회사 사내카페와 유명 커피 체인점 등에서 직원으로 일했다. 계약 만료때마다 수지장애인종합복지관이 일자리를 소개했다.

 

2022년 1월, 준형 씨는 자신이 처음 일을 배웠던  수지장애인복지관이 운영하는 카페 뜨랑슈아 SAY 1·2호점을 총괄하는 매니저가 됐다.

 

“어느 순간 제가 매니저가 됐더라고요”

 

준형 씨는 “후배들에게 항상 ‘기본에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기초가 탄탄해야 나중에도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수지장애인복지관은 중증 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지원에 있어서 전국 장애인복지관 가운데 Top5에 속한다. 지난 9월 30일 기준 장애인 125명이 수지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지난 2021년 173명, 또 지난 2020년 124명이 복지관을 통해 취업했으며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수지장애인복지관은 연간 3400여 명의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다. 치료, 심리상담과 평생교육, 자립 및 취업지원 등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을 돕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도 취업 관련 프로그램은 호응이 좋다. 지난 11월 10일 현재 339명의 교육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상일 시장은 “용인시 3개구 장애인복지관에 장애인 재활을 위한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구축됐다"며 "빈틈없는 지원으로 용인시 장애인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용인시 장애인들도 재활시설을 활용해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최정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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