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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까마귀

이태호<객원논술위원>

까마귀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흉한 새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근거는 까마귀가 기분 나쁘게 ‘꺼억꺼억’하고 울고, 기진맥진한 사람이 보이면 그가 죽기까지 기다렸다가 재빠르게 시신을 쪼아 먹으며, 새까만 색깔을 띠어 양심이 더렵혀진 사람이나 어둠의 세력을 상징한다는 것 등이다. 만일 이런 속설(俗說)들이 무지나 모함에 근거를 두고 있다면 까마귀로서는 억울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반면에 까치는 좋은 소식을 알려주는 길한 새로 정평이 있다. 까치가 등은 검정색이요, 배는 흰색으로 흑백의 조화를 이루고 있고, 동네까지 날아들어 사랑스럽고 귀엽게 울며, 동화에도 등장한 사람과 친근한 새라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저러한 소문 때문에 까치를 지역의 상징 조류로 지정하여 받드는 지방자치단체들도 꽤 있다. 아침에 까치 우는 소리를 들으면 공연히 싱글벙글하고 기분이 들뜨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서양의 일부 국가와 중국, 일본 등은 까마귀를 길한 새로 취급한다. 까마귀는 높은 산의 정상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기품이 있게 날며, 깊숙한 산속에 숨어있는 절에 중요한 손님이 오기 전에 신호를 보내줄 정도로 예지력이 뛰어나고, 난리가 날 조짐이 보이면 그 지역에 집단적으로 날아들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특히 까마귀는 중국에서 태양(太陽)을 의미하는 매우 귀한 새로 칭송받고 있으며, 다리가 셋인 까마귀, 즉 삼족오(三足烏)는 우리 민족의 최고(最古) 경전인 천부경(天符經)에서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를 상징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학교 연구진은 호주 동부의 로열티 제도에 사는 누벨 칼레도니 까마귀들이 야생 상태에서 막대기를 이용해 개미굴 속의 개미를 꺼내먹을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서 밝혀냈다. 연구진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까마귀의 이런 난제 해결 능력은 영장류의 그것과 맞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로 보면 까마귀는 폄하 또는 혐오의 대상으로 격하될 새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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