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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차별금지법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노예사회에서는 주인이 노예를 물건으로 취급해 인간 이하로 혹독하게 부렸으며 상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 봉건사회에서는 영주가 농노를 물건 다루듯이 했다. 왕조사회에서는 왕이 주인이요, 백성은 종이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공산당 간부들이 특권층이요, 인민은 껍데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가가 고용인이요, 노동자는 피고용인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차별구도 속에서 오랜 세월 시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류는 지혜를 터득하고 각성함에 따라 노예를 해방하고 여성을 차별의 족쇄에서 풀어줬다. 주자학의 전통에 얽매여 차별적 제도 때문에 피눈물을 흘렸던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해방 후에 줄기차게 여성 인권을 외쳐왔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는 여성해방론자들이 세력을 강화해 호주제를 폐지하고 가족법을 개정해 남녀평등권을 상당 수준 쟁취한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라 하겠다.

최근 법무부는 사회의 각 분야의 차별을 없애는 데 앞장서온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성별과 장애, 나이, 인종, 학력, 종교 등을 이유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행위를 금지·예방하는 내용의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2일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차별을 받은 피해자는 물론 그 사실을 아는 개인·단체도 국가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게 했다. 피해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은 차별 중지 명령 등 임시조치를 취할 수 있고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 개선, 손해배상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

한국일보 사주 고 장기영씨가 수십년 전 이 신문의 수습기자 채용 시험에서 대졸 조건을 폐지해 고졸 출신 중에서도 우수한 인재들을 발탁함으로써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가. 현재 우리나라는 50여 개의 개별 법률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일반법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첫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다만 이 법안은 시정명령, 강제이행금 부과,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적극적인 구제조치를 빠뜨려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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