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그림을 그리는 미술인의 수가 무척 많으며 그 중에서 상당수는 경력을 어느 정도 내세울만한 이들이다.
그러나 정작 높은 예술세계와 작품성 및 작가적 근성 등을 지닌 이는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게 우리 화단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과거에 비하면 질적인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며 전문성을 지닌 화가들이 적지 않게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조금은 국제적이면서도 우리 냄새가 풍기는 작품들이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제는 갈수록 치열한 작가정신을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 비록 지명도 높은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해도 예전과는 달리 화가로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교육에 자신의 작업 시간을 많이 할애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가적 소양을 지닌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필자가 만난 박지숙은 미술교육에 많은 관심을 지니고 대학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면서도 그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전업 작가 못잖다.
필자는 박지숙을 만나면서, 그 까닭은 알 수 없지만, 우리 미술계의 전업 작가들이 생계에 지장 없이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미술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박지숙은 어려서부터 그림을 남다르게 좋아했던 순수 국내파 미술대학 출신의 재원이다. 그녀는 교육자로서의 풍부한 인성과 작가적 기질 때문인지 그림을 사각형의 틀 안에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의 작품은 3차원의 공간이나 2차원의 평면 등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감성을 자유분방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초점이 있다.
어느 화랑 관계자는 그녀의 추상성이 강한 설치류의 작품을 보고, 잘 팔리기 위한 그림을 위해서는 캔버스와 같은 사각형에 그려야 한다고 조언해주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숙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생명력과 작품성 있는 그림을 꾸준히 그려왔다.
그러기 때문일까 그녀의 작품을 보면 꽃이나 나무처럼 단순하게 자연을 소재로 한 형상들이 여러 가지 구성적 요소를 보이며 공간에 자유롭게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입체나 평면에서 휘거나 길거나 혹은 뭉툭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각진 면과 부드러운 면이 만나기도 한다. 간혹 서로 다른 색감끼리 어우러지기도 하면서 엇비슷한 자연의 형상들이 우리들의 습관적인 시각을 더욱 자유롭게 해준다.
작가는 이를 통해 다양한 표현의 자유로움을 경험하고 내외적으로 생동감 있는 이미지들을 작품화 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여왔다.
물론 이러한 면은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볼 수 있지만 박지숙은 보다 구체적인 작품으로 접근하고자 하였으며 이론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유독 학구적인 그녀는 자연의 ‘생명성의 지속적인 변화와 생성’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투명하게 작품으로 극대화 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처럼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대상에서 생명성을 살펴보고 이를 작품화하는 작업은 작가의 자유분방한 창의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지숙은 ‘좋은 작업이란 사람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삶을 생각하게 하는 근원적이면서도 원초적인 것들과 자연 및 생명의 귀중함 그리고 상생(相生)의 소박함 등을 표현하고자 노력해 왔다.
박지숙의 작품이 어떤 면에서는 설치나 이미지적인 표현이 강하므로 그녀가 담고자 하는 의미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소 막연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드러나는 회화성은 자연의 생명력을 승화시킨 창의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 때문인지 박지숙의 작품은 가식이 없고, 꾸밈이 없어 예술적 생명력이 강하다.
이처럼 박지숙은 자연의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내는 마음이 따뜻한 화가이다. 또한 미술교육에 남달리 많은 관심을 지닌 교육자이기도 하다. 그녀는 어떤 틀이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묵묵하고도 순수하게 예술적으로 형상화한다.
화랑들이 그림을 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요즘의 분위기에 비춰 본다면 박지숙의 작품관과 작가적 자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저 잘 팔리는 작가가 좋은 작가인 것처럼 인식되고, 한탕주의식 행보가 활개를 치는 세태가 바로 오늘의 미술 현장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인기나 돈에 영합하지 않고 오로지 미술의 발전을 위해 후학들의 교육과 작품 활동에 여념이 없는 작가 박지숙을 통해 진정한 작가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글= 장준석(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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