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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문화재와 용적률 거래제도

 

서울과 경주, 공주, 부여, 익산 등을 비롯하여 과거에 수도였거나 지방의 도읍지였던 오늘날의 지자체에는 그 당시에 만들어진 길과 건축물 등이 많이 남아 있다.

근대화와 개발시기를 거쳐오면서 훼손되거나 철거되어 버리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에 대한 문제인식도 성숙되지 않은 채 시간을 거듭해 오면서 오늘날과 같은 개성이 부족하고 살기 불편한 도시가 되었다.

용적률이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는 일정한 땅(필지)에 법에 의해 정해진 정도로 건축물을 높이 지을 수 있는 것을 가리키는 건축용어이다.

대부분의 땅은 일정 용도로 한정되며(공업지역, 상업지역, 주거지역 등) 건물을 지을 때에 해당 지역에 따라서 최대한의 건물 높이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법으로 그러한 건물의 높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의 위생, 환경, 일조(日照), 경관 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에 발생하는 생활환경의 위협 때문이다. 고층건물들로 둘러싸인 경우에는 정서적, 심리적 위압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물론 자기 소유의 땅에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서 몇 층으로 짓던 왜 간섭이냐라고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함께 한정된 공간에 모여 살기 때문에 서로의 욕구만 내세울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양보해야 하는 부분들이 반드시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70~80년대를 거쳐 대규모 개발사업이 행해진 결과, 그 개발이익이 해당 사업지 토지주들에게 돌아가 ‘졸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반면에 국가가 법으로 보호하는 문화재가 자신의 토지 안에 있거나 그 주변에 위치하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규제를 받아 토지 소유자가 개발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또 개발제한구역 내에 기존에 자신의 토지를 갖고 있을지라도 규제에 의해 토지개발은 물론 살고 있는 주택의 수리도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법적으로 개발을 억누르고 있는 사이, 개발이익을 본 사람들에 비해 재산권의 침해를 받고 있어 당사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커져만 간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사는 공간은 서로가 풍족하게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쾌적한 환경에서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 또한 중요하다.

크게는 궁궐과 성곽 등의 사적지와 고도보존법(古都保存法)에 의한 고도들은 물론, 지역의 문화재를 포함한 문화유산이 위치하고 있는 곳은 대체로 개인 소유의 건물과 토지여서 주변의 고층건물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어서 지역의 개성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해당 문화유산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지거나 파헤쳐지는 등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훼손하여 개발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문화재청에서는 용적률 거래제 도입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용적률 거래제도는 문화유산 및 그 주변의 건축물, 토지 소유자가 제한된 문화재 관리 지역의 용적률을 개발이 가능한 지역에서 개발사업을 하는 주체에게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문화재 관리 지역에서 법적으로 허용하는 용적률을 가상으로 산정하고, 이 용적률을 매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국가는 문화유산의 보전과 관리에 드는 엄청난 소요비용에 대해 신경쓰지 않아도 될 뿐더러, 개인 간의 거래를 통해 시민에 의해 문화유산과 개발이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장점이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중앙역(Central Station)도 역사적 건축물이었으나, 중앙역을 철거하고 현대식 고층건물을 짓고자 하는 논의를 바로 용적률 거래제도(미국에서는 ‘개발권 양도제’라고 한다.)라는 제도적 수법을 통해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역사적 건축물인 동경역의 개발가능한 용적률을 산정하여, 그 용적률중 동경역 주변에 있는 동경빌딩, 마루빌딩 등의 증축할 수 있도록 필요한 만큼의 용적률을 이전하여 동경역을 보존하는 비용으로 충당하고 있다.

물론 해외에서는 문화재뿐만 아니라 농지의 보전이나 삼림의 보전 등을 위해 개발권 양도제를 적용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제도의 철저한 준비를 통해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역과 마을의 가치가 있는 것들이 개발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어, 살기 좋은 도시와 마을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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