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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쉼에 대한 단상

현대인의 보약 ‘쉼’
생태계도 함께 해야

 

그토록 따갑게 내리쬐던 햇볕도 이제는 그 기세가 꺾이나 보다. 아침 저녁으로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속에 제법 가을기가 묻어 있다. 바다로, 산으로, 해외로 떠났던 북적거림도 끝나 이제는 다시 새로운 일상들로 돌아와 있다.

무릇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쉼이 있고, 그 쉼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여 새로운 걸음을 내딛듯이 쉼은 우주의 질서이고, 섭리이다. 생명이 있으므로 쉼이 의미있는 것이다. 길게 보면 우리의 인생 전체에서 삶과 쉼(죽음)이 있고, 작게는 하루의 일상에서 낮의 노동과 밤의 쉼(수면)이 있다.

그동안 여름 휴가철이 되면 ‘쉬기 위하여’ 꽉 막히는 체증을 참아내며 북적거리는 바닷가로, 여행가이드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쉼은 강원도 태백 산골 ‘예수원’에서의 휴식이다. 하루 세 번 기도모임에 참석하고 그 이외의 시간은 자발적인 노동을 하거나, 호젓한 산 속이나 들판을 산책하고, 책을 읽으면서 지낸 시간들이었다.

모든 짐을 내려놓고 그냥 몸을 자연에 내어 맡기며 생명의 기운을 재충전하는 휴식이었다. 그곳에서는 자연과 내가 합일되어 편안한 쉼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이처럼 마음의 찌꺼기를 전부 걷어내고 맑은 물에 헹구듯 하면 다시 그 빈 공간에 기쁜 마음과 열정이 차오르는 듯 했다.

늘 경쟁에 내몰리는 현대인은 때로 휴가도 숙제를 하듯이 하는 경우가 있다. 늘 쉼을 갈망하지만 그 속에 진정한 쉼이 없는 것이다. 내가 때로 작은 일에 동동거리며 불안해할 때 또 다른 나를 세워놓고 밖에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경우 내 마음 속에 있는 조급증과 성취지향증 때문이다.

우리 자신은 늘 쉼과 휴식을 갈망하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곧 뒤처지고 만다는 강박증 속에서 우리 자신뿐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계속 달려가기를 요구하면서 쉼을 주지 못하고 있는 슬픈 현대인들이기도 하다. 우리가 진정한 쉼을 누리기 위해서는 나뿐 아니라 타인을 바라보는 관계 속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여유, 타인의 부족함 특히 자녀들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부족함을 인정하며 안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쉬지 못하는 것은 우리 인간들뿐만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더 잘 살기 위하여, 때로는 더 재미있게 쉬기 위하여 우리가 발 디디고 서있는 지구와 생태계를 끊임없이 혹사시켜 왔다. 시지프스처럼 끊임없는 고된 노동을 강요당하던 생태계는 마침내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이르렀고 환경오염과 자연고갈의 문제는 심각한 상태에 직면하여 있다.

이제는 지구와 생태계도 쉼이 필요하다. 서로 공존하는 방향으로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인식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의 선택이기도 하다. 각 기업은 녹색성장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환경경영을 선언하고 있고, 정부도 녹색신성장산업 지원을 강조하고 나섰다. 유엔도 저탄소 녹색성장을 전 지구적 이슈로 인식하면서 지구와 생태계의 보존을 통한 녹색성장을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추구하고 있다. 심지어 이제는 공중화장실까지도 태양열을 이용한 전력, 수돗물 재사용 시설을 이용한 녹색화장실로 변모하고 있으며, 공공청사에는 신재생에너지 이용률을 점수매기는 상황이 되었다. 이 모든 변화는 지구 전체라는 거대한 프레임 속에서 우리 인간의 휴식만이 아니라 생태계도 쉼이 필요하다는 의식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는 너와 내가 분리된 존재가 아니고 나의 쉼 속에 너의 생명이 같이 숨쉬는 공존을 추구해야 할 때이다. 쉼없이 달려가기만 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적 고갈뿐 아니라 지구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잘 쉬는 것은 잘 사는 것의 한 부분이고, 잘 쉬게 하는 것은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것이다.

프로필
▶1964년 전북 순창 출생
▶1987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6년 전주지방법원 부장 판사
▶2007년 인천지방법원 부장 판사
▶2008년~현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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