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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정권은 유한하지만 역사는 영원하다

개정교과 한국사 선택과목
역사교육 민족 자긍심 높여

 

지난 12월 17일 이명박 정부는 ‘2009개정교육과정(미래형교육과정)’을 발표했다. 2년 전 참여정부에서 마련한 2007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발표한 2009개정교육과정은 이명박 정권의 수월성 엘리트 교육의 지침서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미래형교육과정의 핵심이 학교의 자율성과 학생의 선택권을 넓혀 글로벌 창의인재를 육성하자는 데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교과군별 기준시수의 20% 증감운영’과 ‘교과운영의 학교 자율권 부여’ 그리고 ‘집중이수제’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은 입시지옥 대한민국에서 국·영·수 쏠림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몰아넣을게 불 보듯 뻔하다. 이미 현재의 입시구조 하에서 대부분의 학교가 국영수를 강화하려고 경주하는 상황에서 각 학교에 교과운영의 자율권까지 부여하면 불난데 기름 붓는 격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번 교육과정에서 현 정권의 역사교육에 대한 몰이해가 고스란히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에는 고등학교 모든 과목을 선택과목으로 바꿈으로써 그나마 고등학교 1학년 필수과목이었던 ‘한국사’가 선택과목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고교 시절 동안 우리나라 역사를 전혀 배우지도 못하고 졸업할 수 있는 황당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역사교육강화를 내세웠던 2007개정교육과정을 고스란히 뒤집는 졸속 개정안이다.

대학입시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오늘날 고등학교 입시지옥 상황에서 다른 과목에 비해 어렵고 분량이 많은 ‘한국사’를 선택할 소신 있는 학생은 찾기 힘들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후퇴일 수밖에 없고 민족과 국가를 위해 매우 불행한 일이다.

입시 위주의 엘리트 교육경쟁을 부추기는데 여념 없는 현 정권 하에서 한국사는 영어·수학에 비하여 돈은 안 되면서 머리만 아픈 어려운 과목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몰역사적 뉴라이트 역사관을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역사의식 없는 엘리트를 양산하겠다는 신자유주의적 교육관의 결정판인 것이다.

내년이면 ‘일제침탈(경술국치) 100년’이 된다. 하지만 일본·중국 등 주변 국가들 간의 역사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본의 역사왜곡, 독도문제 등 해묵은 갈등은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중국은 고구려·발해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기 위한 동북공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교육현장에서 한국사를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은 거꾸로 가는 반역사적 행태임이 분명하다.

역사 없이는 민족도 없다. 자기 나라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서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호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군 이래 반만년 역사와 전통이 유지되었던 것도, 일제치하 36년 동안 우리 민족이 건재했던 것도 우리 말과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를 아무리 외치고 글로벌 선진화를 꿈꾸더라도 자기 나라 역사에 대한 애정과 지식이 없이는 결코 세계 속의 한국으로 웅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사는 결코 선택이 아니다. 찬란한 반만년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세계 속의 일류국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과 한반도 주변 열강들과의 역사전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사 교육을 포기하고 무시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자국의 역사를 더욱 강화하고 심지어는 역사왜곡까지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오히려 한국사 교육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악법, 4대강 예산을 날치기 처리한 것도 모자라 단군 이래 반만년 역사의 혼과 뿌리를 뒤흔들려는 작태를 당장 멈추기 바란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역사는 영원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명심하기 바란다.

프로필
▶1957년 서울 출생
▶1989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2000~2008년 제16·17대 국회의원
▶2008년~현재 제18대 국회의원(민주당·안양 만안구), 법무법인 나라종합법률 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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