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아침단상] 올해 마무리는 患難相恤로

 

한 해 동안 연예계의 인기를 정리하는 행사가 방송에서 어지러웠다.

연기대상, 가요대상, 연예대상 어느 채널을 돌리더라도 아슬아슬한 의상을 걸친 늘씬한 여자 연예인과 턱시도를 걸친 잘생긴 남자가 연상 웃는 얼굴로…, 올해를 빛낸 누구누구! 대부분 수상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그런데 감사인사의 폭(幅)이 거기서 요기까지,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 된다.

과거 라디오 리퀘스트 프로그램이 인기 있었을 때 진행자가 신청한 노래를 누구와 듣고 싶으냐고 물으면 친구 누구누구, 하며 한참을 열거(列擧)하다가 담임선생님, 그리고 나를 낳아준 부모님들.. 끝내는 나를 알고 계시는 모든 분들에게…, 하여간 골고루 은덕을 베푼다.

지금도 크게 진화하지 않아, 듣고 보는 이 지루하다. “누구와 함께 이 기쁨을” 이렇게 물을 때 뻔한 대답 때문에 기회는 이때다 싶어 채널을 확 바꿔버린다.

과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공중파 방송에서 중계했던 시절로 돌아가 보면, 감사인사의 대부분이 “OO미장원 원장(院長)님에게…” 필수 답변이다. 부모님은 후(後) 순위(順位) 그리고 가끔 생략(省略) 할 때도 있다.

수영복심사를 할 때는 아버지가 며느리, 장모와 사위가 함께 보기에는 좀은 민망해서 쓸데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하고, 가족들 둘러앉아 채점(採點)을 하고, 혹시라도 자기 자신이 예측한 후보가 당선됐을 때는 스스로의 안목(眼目)에 흐믓해하며, 대견스럽게 남들에게 자랑하기도 한다.

모든 생활의 여러 가지 요소를 문화의 범주에 넣었을 때, 세월이 흐름에 따라 문화의 가치도 변하기 마련이다.

무조건 옛날 것이 구닥다리고 현재가 세련됐다고 양분할 수 없지만 가끔 고풍(古風)스러운 것이 그리울 때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몇 년, 한해를 마무리 하거나, 새로이 시작하는 염원(念願)을 사자성어로 작명(作名)하는 것이 유행이다.

몇일 지나지 않았지만 2010년은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하는, 다시 말해 진실을 숨기려 해도 끝내 드러난다는 것을 뜻한다.

민간인사찰, 한미FTA등 숨은 뜻이 있지만, 몇 사람 문 닫아 놓고 결정한 것이 아니고, 이 나라 최고지식집단(?)인 교수들이 심사숙고(深思熟考)해서 뽑은 것이다.

가장 함축적인 사자성어(四字成語)가 무엇일까? 보편적인 표현이지만 솔직히 너무 어렵다.

풀어놓고 보면, 정말 딱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좀 쉬운 말로 짓는다면 더욱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어렵다. 한자1급 자격 있는 사람도 선뜻 그 뜻을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재벌이 “팔자가 세어서” 듣기에는 얼토당토한 말이 유행했는데, 역대 한해를 정리를 한 사자성어를 살펴봤더니 2001년에는 오리무중(五里霧中)(교육정책이 왔다갔다해서), 2002년에는 이합집산(離合集散)(대선 때문에 이리뭉치고 저리뭉치고), 2003년에는 우왕좌왕(右往左往)(새 정부가 수립돼, 각 분야에서 정책이 혼산 된다고), 참 재미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정학(地政學)적으로, 팔자가 좀 셀 수 밖에 없지 않는가?

경제위기에서 탈출한 것만 해도, 그리고, 김연아, 박태환을 보아라. 폭풍 몰아치는 깜깜한 대해(大海)에 일엽편주(一葉片舟)가 깃대조금 꺾이고, 뱃전이 조금 상처 났다고 하더라도 무사히 항구에 도착한 것은 대견한 것 아닌가? 팔자 타령할 일이 아니다.

스스로가, 또 스스로를 너무 작은 사람으로, 단정한다는 자체가 비겁하다.

2011년 말. 올해가 다 지난 후 환난상휼(患難相恤)(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의 토끼해로 기록 될 것을 희망한다. 이것도 어렵나? /김기한 F&B 교촌치킨 부회장·前 방송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