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 개의 찬미

 

요즘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복더위가 몰려오자 사람들이 시원한 곳을 찾는다.

산수가 아름답기로 이름난 고장에 살다보니 여름 피서철이면 특히 계곡은 인곡(人谷)이 되고 거리는 한 동안 술렁거린다. 냇물에는 물놀이 하는 사람들로 북적대며 각 가정에서도 범 보다 무섭다는 여름손님 치레로 삼복을 난다. 그리고 같이 어울려 주면 그대로 힘들고 그렇게 해 주지 못하면 먹거리라도 해 주며 미안함을 대신한다. 그러자니 자연 닭요리다 보신탕 또는 삼겹살 같은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게 되어 땀을 쏟으며 오히려 체중이 불어나는 웃지 못 할 일도 있다.

우리가 언제부터 여름이면 피서를 다녀와야 하고 피서 철이면 삼계탕이나 보신탕으로 대변되는 보양식을 즐기게 되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그로 인해 죽어가는 동물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텔레비전에서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며 생명 존중의 다양한 실천사례를 보여주지만 그와는 반대로 보양을 위해 죽는 동물과 그 과정에서 저질러지는 불법도 생각해 볼일이다.

예전에는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아 준다고 했다. 어렵던 시절이지만 백년손님을 소홀히 대접할 수는 없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육식이 닭이 아니었을까? 애지중지 키운 딸 사랑해 달라는 애절한 마음을 담아서... 그리고 농경사회에서 소는 단순히 가축이라는 개념을 넘어 일꾼인 동시에 재산이라고 할 수 있으니 감히 잡는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돼지는 집에 혼사 같은 큰일을 앞두고 키워 그 날에 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더운 삼복에 농사일로 지칠 때 동네에서 개를 잡아 복달임을 하곤 했다. 농촌에서는 집집마다 개 한 두 마리씩은 기르고 일 년에 두어 차례 새끼도 낳아 몰려다니기도 해서 개떼처럼 몰려다닌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였다. 개는 다른 가축보다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에 정도 많이 들지만 그다지 귀하게 취급 받지는 못했다. 음식 찌꺼기나 먹고 마루밑이나 허술한 곳에서 살면서 밤새 집을 지키고 주인이 돌아오면 제일 먼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 반기는 충성스런 동물이 바로 개였다. 홀대에도 자신의 일을 하며 살다 주인의 손에 의해 개장수에게 넘겨지고 잡아먹히는 예전에 흔히 보는 똥개의 삶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고 이제는 반려동물로 대우를 받는다고 해도 외래종 개들의 몫이고 똥개의 삶은 예전보다 더 열악하다고 보아야 한다. 개장에 갇혀 제 풀로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사료나 먹으면서 주인이 쓰다듬어주는 손길도 없으니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애당초 틀린 말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들에 저절로 나고 자라는 식물에는 대개 개자가 붙는다. 개살구 개똥참외 개오동 개비름에 봄을 알리는 개나리 여름 들녘을 하얗게 수놓는 개망초에 이르기까지 돌보지 않아도 스스로 삶을 가꾸고 사는, 어쩌면 찬미하기에 마땅한 우리 민초의 삶도 이와 같지는 않을까.

정진윤시인

▲가평 출생 ▲한국 문인 협회 회원 ▲한국 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 문학상 수상 ▲(現)가평 문협 사무국장 ▲플로리스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