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황혼육아, 이제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여성칼럼] 황혼육아, 이제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
  • 경기신문
  • 승인 2011.09.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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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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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선정 道 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요즘 신모계사회라는 용어를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취업모들이 친정엄마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기 위해 친정근처에 모여 사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키워주는 가정이 늘고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3세 미만의 영아를 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조부모를 가장 바람직한 양육자로 인식하는 비율이 61%로 나타나 혈연에 대한 강한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다.

취업여성의 출산결정에 조부모가 아이를 키워줄 수 있는지 여부가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대 의대 조영태 교수팀에서 직장여성의 출산력을 조사한 결과 첫째아이를 낳는 비율이 조부모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65%, 그렇지 못한 경우가 17%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녀가 영아인 경우 기관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것보다 가정에서 일대일로 양육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더욱 조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난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봐주는 사회현상에는 긍정적,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혈연을 중시하는 가족문화를 가지고 있고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양육책임감이 강한 편이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조부모 세대가 손자녀세대의 양육까지 책임지며 심리·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떠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조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손자녀를 양육하고자 하는 동기가 높아서 양육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인생의 경험과 지혜를 물려준다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있다.

이를 통해 정서적 고립감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핵가족 시대에 가족공동체 회복이라는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조부모들은 사회활동이 늘어난 데다 건강 등의 이유로 손자녀 양육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조부모는 손자녀를 돌보는 일에 대체로 만족하지만, 체력적인 한계나 만성피로 및 여가시간부족, 사회활동 지장 등 심각한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 사이에서는 손주병(炳)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노년에 손주를 보면서 겪는 정신적, 육체적 부담 때문에 우울증 및 손목이나 무릎 관절 등이 악화돼 생기는 병을 말한다.

결국 조부모들이 손주병에 걸리게 되면 어린 손자녀의 양육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가정불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지금까지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는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 대한 지원이 별로 고려되지 않았다.

저소득층 위주로 보육비를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현재의 저출산대책은 복지정책으로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큰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황혼육아를 각 가정에서 알아서 해결해야할 사안으로 치부하지 말고 손주병에 걸린 또는 걸릴 위험이 있는 조부모들을 위한 사회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하다못해 가까운 주민자치센터에 휴식공간을 마련해 손자녀 양육으로 지친 조부모들을 위한 마사지 서비스라도 해드리는 게 우리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백선정 道 가족여성연구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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