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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최영철"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 시기의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주로 일본의 OEM 으로 제작되었다.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진 일본 작품 표절 흑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오명을 갖기도 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종종 동네 골목에서 벌어진 최대의 논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징가Z 하고 태권V 하고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에 대한 시비였다. 지금 보면 이 유치한 논쟁은 그 당시에는 서로 누가 이기는가에 대한 근거 있는 주장과 함께 끊임없이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그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혹자는 태권V의 조종사 김훈이 태권도에 대한 수련과 태권V와 단련된 몸을 일체화함으로써 그 체력적 우위가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주장하고, 여기에 대한 반론으로는 초합금으로 만들어진 마징가에게는 태권V가 처음부터 맞설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1970년대부터 80년대는 데즈카 프로덕션, 도에이 동화에서 제작한 일본 만화영화의 홍수기였다. 한국어 더빙과 함께 국산 애니메이션처럼 둔갑하던 일본 애니메이션 TV 시리즈는 <우주소년 아톰>, <마린보이>, <타이거 마스크>, <밀림의 왕자 레오>, <사파이어 왕자>, <이겨라 승리호>, <마징가 Z>, <알프스 소녀 하이디>, <캔디 캔디>, <그레이트 마징가>, <은하철도 999> 등의 작품으로 어린이들을 TV 앞으로 사로잡았다. 특히 <캔디 캔디>의 주제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와 “안쏘니”, “테리우스”가 여자 어린이의 로망이었다면, 나가이고 원작의 <마징가Z>는 ”무쇠팔, 무쇠다리, 로켓트 주먹”과 함께 주인공 ‘쇠돌이’라는 깜찍한 이름으로 기억되는데, 많은 남자 어린이의 사랑을 받은 아직도 동심의 추억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로봇애니메이션이었다. 철이 들면서 이들 만화영화가 우리나라 것이 아니라 일본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하나의 커다란 충격이었다.

한편 이 시기의 한국애니메이션 산업은 주로 일본의 OEM으로 제작된 가운데 그 동화를 그리는 과정에서 숙련된 한국의 만화애니메이션 작가들은 자주 일본의 캐릭터들을 자유롭게(?) 창작물에 등장시켰다. <로봇킹>에서는 자이언트 로보의 “GR-2”가 등장하고, 만화 <로봇 캉타우>에서는 이른바 작중에 “마징가Z”가 등장한다. 허가 없는 마징가Z의 출연을 위해선 약간의 꼼수가 동원됐는데 이른바, 캉타우와 대항하기 위해 마징가의 설계도를 탈취한 스펠타 제국이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짝퉁 마징가의 등장이다. 결국 캉타우는 치열한 싸움 끝에 마징가를 쓰러뜨리지만 진짜 마징가였으면 승패를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어설픈 끝맺음을 하고 만 것이다.

70년대 등장한 김청기 감독의 <로봇태권V>는 우리나라 전통의 무도인 태권도와 미케닉을 조합해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태권V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는데 그 주제가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불리어졌고, <로봇태권V>를 보여 달라고 조르기 위해 영화가 개봉하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척 했던 것 등은 당시의 어린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었다. 교실 여기저기에서 태권V 책받침과 딱지 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권소년 김훈은 어린이의 우상이었으며,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 북적였던 학원들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의 공유와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확실해진 현재는 태권V에 대해 한국의 로봇애니메이션의 재발견이라는 그 의미의 재평가 시도와 함께 OEM 시장의 한국 애니메이션의 일본작품 표절 흑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오명을 동시에 갖기도 했다.

처음에 제기한 로봇태권V와 마징가의 대결은 직접적으로는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상대적인 전력을 통해 그 우위를 가늠해 볼 뿐이다. 마징가의 미래형인 우주시대의 <기동전사 건담>에서 건담의 숙적이었던 자쿠는 발전을 거듭하며 양산형 로봇으로 그 활약은 상당하다. 또 그 전투력은 대단해 보인다. 반면에 <태권V>시리즈에 깜짝 출연한 짝퉁 자쿠는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하다가 태권V 발차기에 한방에 나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로봇태권V와 마징가Z의 승부는……. 태권V가 우세하게 생각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의 결론은 역시 둘이 직접 붙어봐야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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