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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광교동’은 장안구 광교주민 것이다

 

‘광교’가 시끄럽다. 수원시가 광교신도시 브랜드를 살린다는 논리로 영통구의 광교동 사용을 고수하면서다. 지난주에는 ‘광교동주민센터’ 개소식도 성대히 열었다. 이에 장안구 광교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광교산 자락에 터 잡고 살면서 천년 넘게 사용해 온 ‘광교’를 도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골자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광교주민 말이 맞다. 영통구 광교동의 고집은 장안구 광교주민의 삶과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광교산이 설령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없어지더라도 광교주민이 또 천년을 사용할 고유 마을이름이기 때문이다.

수원시 영통구 광교동의 생성 과정이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행정동 명칭 설문조사, 수원시 지명위원회 개최, 수원시 조례규칙심의회 개최, 수원시의회 제291회 제1차 정례회 상정안 의결, 수원시 행정동 설치 조례 공포 등 행정적인 절차는 모두 거쳤다. 아니다. 요식적인 절차를 거쳤을 뿐이다. 광교동 이름을 놓고 장안구 광교주민이 제기한 ‘조례 무효 확인 소송’도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수원시가 영통구의 광교동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장안구 광교동? 영통구 광교동?

애당초 광교신도시에는 ‘광교’가 없었다. 이의택지개발지구에서 ‘이의’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2004년 경기도시공사가 ‘광교테크노밸리’로 변경했던 것이다. 2012년 시의회에 제출된 조례안의 고유 마을이름에도 ‘광교’는 없었다. 영통구 원천동을 분동하여 이의동과 하동을 관할하는 광교동을 신설한다고 돼 있다. 인근 장안구에 상·하광교동이 있어 혼란이 예상되는 데도 광교신도시여서 광교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터넷 설문조사의 정당성도 부족하다. 참여자 수만 보면 위민행정이다. 한데 문구를 뜯어보면 정반대다. 광교신도시의 늘어나는 행정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효율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행정동을 설치하려 한다고만 돼 있다. 박순영 수원시의원이 제291회 정례회에서 지적한대로 일반 시민이 구분하기 어려운 법정동의 개념 차이와 함께 장안구 상·하광교동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요했다. 설문 참여자에게 이를 공지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민편의는 없고 행정편의만 있었다.

광교신도시에 신설되는 행정동 명칭의 의견을 묻는 사지선다형도 문제다. 1번에 올려놓은 ‘광교동’은 고려 태조 왕건 때 원래 이름인 ‘광옥산’을 ‘광교산’으로 바꾼 데서 유래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광교’는 장안구 상·하광교동의 유래이지 영통구 광교신도시의 ‘광교’ 유래가 아니다. 이로써 99.8%라는 높은 답변을 이끌어냈는지 몰라도, 인근 장안구 법정동인 상광교동과 하광교동의 유래라는 사실을 명기하지 않아 설문의 당위성을 잃었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 국제공항 이름을 현상 공모했다. 지금의 인천국제공항 이름을 짓기 위해서다. 결과는 의외였다. ‘세종’이 1위를 차지했고, ‘인천’은 8위로 후순위였다. 그런데도 당시 건교부는 ‘인천’을 택했다. 이유는 간명하다. 첫째, 김포나 김해, 제주, 양양처럼 우리의 국내 공항이름은 위치한 곳의 지명을 쓴다는 관례를 따랐다. 둘째, 세계 각국의 90%가량이 현지 지명을 공항이름으로 사용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셋째, 인천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다시 말해 광교신도시에는 ‘광교’가 없었고, 장안구와 영통구에 ‘광교’가 혼재하는 혼동을 초래했고, 광교주민들이 적극 반대하는 수원시와 사뭇 다르다.

화성처럼 ‘광교’도 소중한 문화유산

광교신도시 개발로 영통구의 ‘광교’ 브랜드 가치는 높아졌다. 하지만 장안구 상수원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상·하광교동 주민들은 이 브랜드 가치의 향유는커녕 하루아침에 마을이름을 내주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더 이상 99.8%가 ‘광교동’을 선택했다는 설문결과를 들이대며 광교주민의 성난 목소리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역사, 문화, 언어 등 정체성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름도 수원 화성(華城)처럼 소중한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행정편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영통구에 우후죽순 생겨날 ‘광교동’ 명칭을 바꾸는 데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의 혜안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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