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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실칼럼]인생 삼모작 시대 ‘골든 에이지’의 탄생

 

‘줄여 잡아도 은퇴 후 8만 시간’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먼 미래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곁에 이미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는 100세 시대의 화두이다. 우리는 이제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기네스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 현존 인물인 일본 오사카의 ‘오카와 미사오 할머니’는 올해 115세를 맞았다. 할머니는 지난달 생일을 맞아 아침 7시 건강한 모습으로 일어나 롤빵과 배추요리 그리고 후식으로 젤리를 먹고 산책까지 즐기셨다 한다. 생존 인물은 아니지만 122살 87일을 기록한 프랑스인 루이즈 칼망씨도 있었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뉴스거리였을 일들이 요즘엔 별로 새롭지 않다.

100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일컬어 ‘호모 헌드레드(백세인)’ 또는 ‘호모 센테나리안(세기인)’이라 부른다. 해방 직후인 1948년만 해도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고작 48.6세였다. 그래서인지 60세만 넘어도 꽤나 오래 살았다고 온 동네가 북적 북적 환갑잔치를 벌이곤 했다. 그런데 반세기 조금 더 지난 오늘날 우리의 평균 수명은 80세를 훌쩍 넘어 90세를 향하고 있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며칠 전 어느 상가(喪家)에서의 일이다. 아흔을 훌쩍 넘기신 어른의 호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인의 친구분들이 모여 고인을 애도하며 너무 일찍 떠났다고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 찾아 왔나 싶어 다시금 상주와 고인을 확인해 보았으나 분명 맞았다. 알고 보니 아흔이 넘으셨어도 너무 정정하게 활동하시던 고인이신지라 너끈히 100세 아니라 120세라도 살 분이라 여겨 그리도 안타까워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특별한 장수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나 오래 산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엔 다르다. 누구나 90세 이상 살리라 기대하고 이를 당연시 한다. 이런 100세 시대는 지금처럼 인생 일모작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모작, 삼모작 아니 그 이상의 다모작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근 발표된 프랑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전 생애에 걸쳐 최소한 다섯 번 이상의 직업적 변동을 겪는다고 한다. 평생직업은 있으되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있다. 수차에 걸친 직업변동의 파고를 넘어설 인생 재설계를 위한 ‘신역량개발 평생학습호’를 띄워야 할 것 같다.

100세 시대는 준비하면 ‘축복’이고, 그렇지 않으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연간 730만명에 가까운 ‘5563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지금 더 이상 은퇴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인생 삼모작을 위한 긴 마라톤이 시작되고 있다. 긴 숨 고르고 완주를 위한 롱런을 준비해야 한다. 어릴 적 학교교육에서부터 성인기 직업세계에서의 경력개발, 은퇴 후 새로운 제2의 인생을 위한 설계를 준비해야 한다. 인간의 능력과 가치가 학력만으로 평가되던 시대가 종식되고 ‘능력 본위의 메리토크라시 사회’가 오고 있다. 교육부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NCS와 같은 ‘국가직무능력표준’을 통해 능력사회가 한 걸음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일본에선 고령자들을 ‘신 창년세대(新創年世代) 골든에이지’라 부르며 ‘골든 플랜 10개년 계획’ 등을 통해 국가차원의 정책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좁은 땅을 벗어나 세계 속으로 우리의 은퇴 인력들의 질주가 이어져야 한다. ‘한국을 보아라(룩 코리아)’, ‘한국을 배우자(런 코리아)’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저 원대한 글로벌 대륙으로 우리의 충분히 젊고 충분히 일할 수 있는 골든 에이지들이 달려갈 수 있어야 한다.

골든 에이지, 그들은 결코 빛바랜 퇴물들이 아니다. 아직은 쓰임새가 더 많은 이름 그대로 ‘황금세대’들이다. 그들의 소중한 ‘생의 자산’이 인생 삼모작을 위한 ‘보물창고’가 될 수 있도록 그들의 ‘무한역량’이 북돋워지기를 기대한다. 그들이야말로 바로 시대가 부르는 창조경제를 일궈낼 가장 든든한 ‘텃밭일꾼’들이 아니던가.

그들을 아끼자. 그들을 다시 보자. 그들의 남아 있는 숨은 저력을 드러내어 소중히 담아내어 보자. 그들이 전 생을 바쳐 일궈온 소중한 인생 경륜과 지혜들을 모아 다시 뛸 뛸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한 ‘앙코르 인생 삼모작 무대’를 준비해 보자.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인생 3막 위대한 탄생’을 지켜보며 큰 박수로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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