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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창조와 경제가 제대로 융합하려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다. 여기에는 기존 소재, 즉 지식과 생각을 조합해 새로운 사물과 시스템을 창출하는 것도 포함된다. 전자가 신(神)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신의 영역이라는 창조는 우리가 잘 아는 천지창조를 비롯 그리스 로마 등 각종 신화에서 수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일부학자들은 신화 속에서의 창조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개념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만 보면 이렇다. 창조 이전의 세상을 말하는 혼돈의 연못 카오스(Chaos)가 있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제일 먼저 빛 땅 어둠이 생겼고, 다시 땅이 하늘을 만들어 신을 낳았으며, 이렇게 태어난 신이 정리되지 않고 혼란한 상태의 하늘 땅 바다 빛과 어둠을 수습하고 질서를 부여해서 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화 속의 창조란 무질서한 세상의 재구성 혹은 질서화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일리 있는 이야기다.

요즘 이러한 의미가 포함된 창조라는 단어를 붙인 정부정책과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말도 많다. 그중에서도 창조경제론은 더욱 심하다. 내용도 “실체가 무엇이며 과연 어떻게 추진해 완성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대부분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의제로 부각된 창조 경제론은 대선 때 핵심 공약으로 나왔다. 대통령 취임식에서도 밝혔듯 창조경제란 “과학기술과 IT를 기반으로 경제부흥을 이루고 나아가 과학기술과 산업이 융합하고, 문화와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 간의 벽을 허문 경계선에 창조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설왕설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출범 50일이 지난 현재까지 실천계획도 안 나오고 있다. 관련부처는 장관이 오는 5월 창조경제론의 본뜻을 밝히겠다고 국회에서 답변하는 등 창조경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조차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융합의 바탕 위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포괄적 방향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기술과 재능이라는 무기만으로 이루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금은 답답하다.

미국엔 ‘창조도시’로 불리는 도시들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워싱턴DC, 텍사스주 오스틴, 시애틀. 미국의 지리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가 대표적인 ‘창조도시’로 꼽는 도시다. 이 도시들은 미국 내에서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해내며 지속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자리 분야도 다양하다. 과학과 엔지니어링, R&D, 기술 기반 산업, 미술 분야, 음악, 문화, 심리적인 일과 디자인 분야, 또는 보건 금융 법률 등 지식 기반 전문직 분야 등등. 플로리다 교수는 이런 창조도시가 되기 위한 요건으로 기술(Technology), 재능을 가진 인재(Talent), 관용도(Tolerance) 등 3T가 있어야 되며 이중 관용도가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부가가치 창조경제 시대에 걸맞게 기술과 인재도 있어야 하지만 개방적 생각과 가치관 등 실험적인 아이디어들을 꽃 피우고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교육 및 환경조성이 무엇보다 으뜸이라는 의미다. 서둘러 실천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정부에게 시사 하는 바 크다.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실천계획에 있어서는 반드시 참고해야할 부분이다. 창조의 가능성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창조경제로 가기 위한 환경을 그들 스스로 만들 수 없는 것이 우리 경제의 현실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정부의 창조 마인드가 신화 속 창조의 개념처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질서한 경제계의 풍토를 재구성하고 질서화를 이루어야 창조가 시작된다고 정부가 인식해야 창조경제의 완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미국의 경제학 교수들이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 방향으로 산업 구조조정과 양극화 해소를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지난 12일 발표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100개 대학의 경제학 교수 302명에게 설문지를 배포, 이 가운데 응답자 33명의 답변을 받은 결과 ‘산업 구조조정 및 생산성 향상’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구조조정 속에는 대기업 규제를 통한 양극화 해소도 포함돼 있다. 그동안 수도 없이 지적된 사안이지만 창조를 앞세운 정부가 꼭 되짚어 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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