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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X(Bicycle Motocross). 자전거로 펼치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이른다. 트릭(Trick)과 순발력으로 짜릿함과 스릴감을 즐길 수 있는 이 스포츠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을 만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BMX는 크게 레이싱과 프리스타일 종목으로 나뉜다. 레이싱은 정해진 코스를 함께 달리는 경기이고, 프리스타일은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는 경기다. 특히, 프리스타일은 레이싱보다 위험성이 더 높아 남자들조차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종목이다. 하지만 국내외 대회에서 수준급의 실력을 뽐내는 여성이 있다. 바로 국내 최초 여성 BMX 선수인 박민이(23)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 보라매공원 X-게임장에서 홀로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박민이 선수의 첫 인상은 ‘의외’였다. 거친 스포츠에 몸을 담은 만큼 이미지도, 분위기도 모두 거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쾌활함과 에너지 충만한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23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4년차 프로 BMX 선수다. ‘어떻게 이런 거칠고 위험한 스포츠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체구의 박 선수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BMX에 대한 열정은 강심장의 남자선수 못지않다.

홍콩 HSBC BMX 레이싱 대회 여자부 3위(2009), 캐나다 토론토 BMX잼 1위(2010), 독일 BMX 마스터즈 파크 여자부문 2위(2011), 프랑스 FISE BMX 파크 여자부문 7위(2012)…. 박민이 선수는 이렇게 아시아와 아메리카, 유럽 등지에서 매년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 최초 여성 BMX 선수라는 호칭에 걸맞게 그의 BMX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두 가지 종목 모두 뛰고 있는 그지만, 주 종목은 프리스타일이다. 기술 하나하나가 예술이라고 평가되는 종목이지만, 장애물을 넘고 자전거로 묘기를 부리는 위험천만한 그의 모습을 보면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아찔하다. 잠깐의 실수가 큰 부상을 초래할 수 있기에 그는 경기 중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BMX에 빠져든 지 10여년. 아버지의 취미로 접하게 된 BMX였지만 어느덧 그 매력에 자신이 더 빠져들었다. 아직까지도 기술을 연습할 때마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무섭다는 그는 “무엇보다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BMX를 할 때가 가장 재밌기 때문에 위험함을 알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현재 그는 대학 신입생이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자신이 없어 진학을 미루다가 결국 올해 대학에 들어갔지만, 역시나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쉬는 날이면 대부분 자전거를 타기 위해 서울 보라매공원 X-게임장으로 향한다. 취미로 BMX를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탈 때 이곳을 이용하기 때문에 박 선수도 연습할 때면 이곳을 찾는다. 자신이 거주하는 인천에서 연습장이 있는 서울까지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BMX와 함께하는 즐거움에 힘든 줄 모른다.

그런 그도 BMX로 인한 자전거 부상은 피해갈 수 없었다. 박 선수의 선수생활 중 가장 큰 부상은, 2년 전 겪은 어깨 부상이다. 어깨뼈가 부러져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까지도 완치되지 않았을 만큼 큰 부상이라 힘든 시기를 보냈다. 첫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가 가장 기뻤다는 그는, 선수생활을 하면서 슬럼프가 올 때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수가 아닌 동호인의 입장이 되어 자전거를 즐기면서 타려고 노력한다.



박 선수는 코치나 감독이 없다. 그렇기에 외국으로 훈련을 나갈 때 다른 선수들의 기술을 보고 도전하거나 동영상을 보고 연습하는 것이 지금까지 스스로 터득한 그만의 훈련법이다. 감독도, 코치도 없는 환경과 우리나라의 유일한 여자 선수라는 점은 그를 종종 외롭게 만든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외국으로 갈 때 가족과 동행하지 않고 늘 혼자라는 그는 “동료 여자 선수도 없고, 가족도 없어 외롭지만 그만큼 부담은 덜 하다”며 “엄마가 오셨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실망도 크기에 차라리 혼자 다니는 것이 마음 편하다”며 웃음 짓는다.

국외에서 펼치는 대회에 홀로 참가해 작은 체격에도 불구하고 세계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박민이 선수는, 그 작은 체격 덕분에 다른 여자 선수들보다 민첩하여 여자들이 하기 힘든 기술을 펼치기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혹여 넘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자전거를 떨어트리기가 쉽다.

이렇게 남들과 다른 자신의 신체조건을 장점으로 여기며 연습하는 그에게도, 우리나라의 BMX 지원 현실을 보면 연습을 하는 데 있어 한계에 부딪칠 때가 많다. 우리나라의 BMX 연습장이 실외에 있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비나 눈이 올 때는 위험해서 연습을 할 수가 없고, 여름철에는 넘어질 때 무더위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기에, 박 선수의 연습시간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는 날씨와 관계없이 언제든 연습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실내 연습장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박민이 선수의 다음 목표는 올림픽이다.

“다음 올림픽 때 BMX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지 모르겠지만, 우선 제 다음 목표는 이번 올림픽이에요. 그 이후의 일은 그때 다시 생각해 봐야죠. 하지만 제가 선수 생활을 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선수 생활이 끝난 후에도 이 운동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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