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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국감유감

 

매년 있는 일이지만 국정감사를 지켜보는 마음이 착잡하다. 특히나 굵직한 국정현안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치열한 공방에도 불구하고 무엇 하나 시원한 돌파구가 나오는 게 없다. 최근 알고 지내는 의원들과 이러저러한 현안을 놓고 방담을 나누는 가운데 통상에 관련된 아주 흥미로운 지적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묻기를 ‘이번 국회에 왜 통상문제가 안 보이냐. 특히 한·중 FTA, 환태평양 FTA(TPP), 쌀관세화(쌀시장 전명개방) 등이 제대로 다루어지기는 하는 건가’. 그 뒤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통상은 외교부를 떠났지만, 아직 산업통상자원부에 도착하지 않았다. 현재 오고 있는 중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도대체 통상정책은 어디로 갔는가.

조금은 자조적이긴 하지만, 현 정부 통상정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촌철살인의 멘트였다. 한·중 FTA만 놓고 봐도 그렇다. 우리 농축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전자·전기, 섬유를 비롯한 중소기업으로 봐서는 자칫 생사여탈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나아가 최근 제주도에 대한 중국 부동산자본의 ‘진격’에서도 보듯이, 동일한 현상이 한·중 FTA로 인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어디에서나 출현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 다른 대형 FTA와는 달리 한·중 FTA가 우리 대기업에 반드시 유리한 것도 아니라는 분석이 이미 나와 있다. 아울러 고용시장에 대한 영향도 반드시 긍정적인 것도 아니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주도하는 TPP가 가져올 영향에 대한 문제도 그렇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국이 참여한다고 하지만 TPP는 사실상 미국과 일본 사이의 FTA가 핵심이다. 그래서 우리가 TPP에 참여한다는 의미는 한·일 FTA를 체결하는 것과 거의 같은 의미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할 때 일본과 매우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 제조업에 TPP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선결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그저 몇몇 의원의 질의와 빤한 답변만 보이지 언론을 포함한 그 어디에도 심층적인 접근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나 TPP 참여를 기정사실화하는 외교부와 ‘아직 미정’이라는 산업부 사이의 미묘한 온도차만 확인될 뿐이다. 통상을 놓고 외교부와 산업부 사이의 미묘한 기싸움은 최근 FTA에 대한 비준동의를 국회 어느 상임위에서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이래저래 현 정부의 통상정책은 아직도 미궁이다.

답답증은 관세화라는 이름의 쌀시장 완전개방 문제를 지켜볼 때도 마찬가지다. 농민들 속 타는 마음은 훨씬 더 할 것이다. 쌀시장 개방 유예가 만료되는 2015년부터 과연 쌀시장을 완전 개방하는 게 옳은 것인지, 여전히 국민적 합의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개방유예는 불가능하다는 정부 측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그리고 일부 정부편향적인 개방론자의 주장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여기저기 출몰할 따름이다. 하지만 WTO 농업협정을 찬찬히 훑어보자면 그 어디에도 재 유예, 곧 지금과 같은 현상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말은 전혀 없다. 협상을 해보지도 않고 지레 권리를 포기해 버리는 정부 측의 소심함이 더 문제 아닌가 하는 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치열한 공방도 이번 국감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수출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고 또 ‘너무 많이’ 개방된 우리 경제의 성격과 체질상 FTA를 비롯한 대외경제정책의 중요성은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특히 최근 들어 동아시아의 지경학적 특수성은 미국이 주도하는 TPP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세안+6으로 이루어지는 RCEP(포괄적 지역 경제동반자 FTA) 사이의 고차방정식에 있다. 말하자면 전 세계 어디와 비교해서도 우리만큼 G2, 곧 중국과 미국의 패권다툼에 이렇게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고도의 미시적 섬세함과 백년을 내다보는 거시적 접근, 이 모두가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통상정책,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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