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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은 ‘운 좋게 어떤 일이 크게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 “부자되세요!”라거나 “크게 성공하세요!” 등의 덕담을 애교 있게 표현하는 데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요즘 이 대박이라는 단어의 용례가 확장되면서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다. 젊은이들의 대화에서 “헐~ 대박!”이라는 표현이 “그래~ 정말?!” 정도의 뜻으로 사용되더니 이제는 점점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격의 없이 편한 사람들끼리 주고받던 덕담의 수준을 넘어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는 일상용어가 되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예술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전 분야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어가 되었다. 수능 대박, 영어 대박, 성형 대박, 인생 대박, 대박 할인, 대박 맛집 등. ‘통일은 대박’이라며 대통령도 ‘대박’이라는 단어를 앞장서서 세계에 전파하기까지 이르렀다. 무엇이 대한민국을 대박문화의 열풍에 휩싸이게 했을까.

대박이라는 말이 알고 보면 참 서글프다. 꿈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꿈꾸는 것과 같다. 세상사가 어디 마음먹은 대로 모두 이루어지기나 하는가 말이다. 크게 무엇을 이루지 못해도 수많은 땀방울과 노력은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고통 없이는 열매도 없는 법이다. 오히려 실패의 연속이 보통사람들의 인생이다. 대박을 좇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어쩌다 대박치는 한 사람이 나오기도 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쪽박을 차고 있다. 1등만 대접 받고 그것을 성공이라 한다면 1등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실패자가 될 수밖에 없고 성숙한 문화 대신 패배자들의 문화만 양산될 것이다. 영원한 1등은 없으니 1등은 가상의 등위일 뿐이다.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71명의 선수를 포함하여 총 120명이나 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동계올림픽 선수단을 파견했다. 차기 개최국으로서의 위상 확립과 동계 종목의 저변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되는 대회이다. 그런데 TV 중계나 각종 언론의 보도 행태 역시 대박문화 경향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평화의 증진과, 승리보다 참가에, 성공보다 노력에 의의를 두고 있는 올림픽 정신은 찾아볼 수가 없다. 메달이 유망하지도 않고 화제를 모을만한 소재도 없는 한국 선수의 경기 장면은 보기 쉽지 않고, 온통 메달 유망주들의 이름만 거론된다. 당연히 한국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 종목은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잘 모른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실패자로 전락하고 만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훌륭한 기록을 내며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단한 업적을 이뤘지만 대박을 치지 못한 죄로 그들이 흘렸을 피땀은 고스란히 묻혀버린다. 모태범, 이승훈 선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림픽을 앞세운 시청률 대박, 예능 대박, 광고 대박만이 남는다.

정부는 4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 ‘국민행복’ 실현과 생활 속 문화 확산을 위해서 올해부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운영한다. 지난달 29일 공연장, 고궁,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 등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한 달에 하루만 문화가 있는 셈이다. 왜 이럴까? 수많은 문화예술기관과 재단의 예산은 끊임없이 줄어들고 있고, 대박을 노리던 영화, 뮤지컬, 드라마, 공연들은 쪽박을 차고 있는데, ‘문화융성’이니 ‘문화도 대박’이란 아름다운 구호는 넘쳐나니 답답한 노릇이다. 스포츠 강국은 올림픽의 결과를 메달 색깔로 구분지어 국가별 순위를 집계하는 나라가 아니라 비인기 종목의 저변이 두루 넓은 나라, 엘리트체육뿐 아니라 생활체육까지 균형을 갖춘 나라다. ‘문화융성의 시대’ 역시 구호와 이벤트를 앞세운 대박문화가 아니라 저변이 건강하고 튼튼한 일상문화, 보통의 문화가 꽃피울 때 가능하다. 대박은 덕담으로만 사용하자. 대박문화는 청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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