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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성칼럼]비즈니스석을 안 탄다고요?

 

말이란 참 재미있다. 특히 모순어법은 더욱 그렇다. 잘 알다시피 모순어법이란 상반된 어휘를 강조와 효과를 위해 함께 사용하는 수사법이다. 다시 말해 언어를 서로 모순되게 표현함으로써 상황의 특이성을 강조하고 글의 맛과 멋을 극대화하는 언어 표현법 중 하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구사한 ‘달콤한 슬픔’이나 제임스딘 주연의 영화 ‘상처뿐인 영광’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문구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卽生 必生卽死)’도 모순어법 중 하나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특히 ‘밝게 빛나는 어둠’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모순어법은 시의 부분적 표현을 이룬다. 또 현대시에서도 압축된 역설의 효과를 표현하는 기법으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언어 학자들이 지적하는 모순 어법을 잠시 살펴보면 더 실감난다. 찬란한 슬픔, 침묵의 웅변, 똑똑한 바보처럼, 가짜인 진짜처럼, 시를 쓰면 이미 시가 아니다, 눈 뜬 장님, 도를 도라고 하면 도가 아니다,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최대의 악덕이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급할수록 천천히 등등.

가수 조용필의 노래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도 모순어법이다. 정치적인 모순어법의 대표적인 것은 ‘냉전’이라고 한다. 미국 칼럼니스트 월터 리프먼이 만들어낸 이 단어는 전쟁은 뜨거운 법인데 차가운 전쟁이라 표현했다고 해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 시켰고 지금까지 널리 인용되고 있다. 이처럼 상식적으로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결합시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는데 모순어법의 묘미가 있다.

정치 경제세력에도 모순어법이 존재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는 압축된 역설의 효과를 위해서 보다 생각, 즉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교묘히 감추려 할 경우 자주 사용해 사람들을 헷갈리게 한다. 급진적 진보니, 진보적 보수니 하는 표현들이 그것 이다. 보수면 보수고 진보면 진보지 추구하는 노선을 교묘한 방법으로 포장하는 것은 모순된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는 생각과 말이 달라 실천과 실행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머릿속에서 계획하고 있는 많은 개혁안들이 현실세계에서 충돌하면서 변형되는 일종의 편볍 표현이기도 하다.

모순어법의 어원은 그리스어 옥시모론(oxymoron)이다. 이치에 어긋나거나 모순 되는 진술속에 절실한 뜻이 담기도록 하여 표현하는 것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며 미묘한 정서적 반응을 일깨우는 효과가 있다. 말 자체에 ‘날카로우면서 둔하다’,‘똑똑한 바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

말은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소리로서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방법이다. 그러나, 원활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고가는 말이 분명하고 정확하며 생각을 틀림없이 전달해야 한다. 모순어법처럼 내용은 반대지만 깨닫는 의미는 그 이상이면 더욱 좋다. 아울러 점잖고 정다워 감정을 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상냥한 미소와 함께 부드러운 말씨를 쓰는 일이 우리의 사회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말로 먹고 산다는 정치인들의 말은 그렇치 못한 모양이다. 그동안 입을 열어 수없는 말을 하고 약속을 했으나 이를 지킨 정치인을 극소수에 불과하고 자신의 기득권수구를 위해선 내뱉은 말조차 밥먹듯 뒤집는 행태를 보인게 한두번이 아니어서 그렇다.

여당대표가 얼마전 ‘국민은 우리에게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혁신은 실천이 핵심이다. 국회의원이 그동안 행사하던 기득권과 특권을 포기하는 작은 실천을 지금 바로 나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모양이다. 아울러 과도한 음주문화와 고비용 정치구조도 바꾸고 출판 기념회도 안 하며 의원외교를 나갈 때 비행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한다고도 첨언했다. 그동안 몰라서 안한 것은 아닐 진데 같은 말을 반복하는 정치인의 어법, 또 다른 별종 모순어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이번 만큼은 강조한대로 지켜질지 눈여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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