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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대학의 경쟁력과 구조조정

 

대학은 한마디로 창의적인 지식을 창조하는 공간이다. 창의적인 사회는 이질적 사상과 개념이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서로 다른 영역들이 소통하고 만나는 곳이다. 이런 관점에서 대학은 다양성과 자율성을 먹고 지식을 창출하는 학습공동체가 돼야 한다.

그런데 대학 자율화가 선언적 차원을 넘어 실천적 단계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폭넓은 공감대의 형성, 이해관계의 충돌조정 등 풀어야 할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대학 자율화의 전제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법적·제도적 환경과 인적, 물적 인프라를 글로벌기준에 맞춰야 한다.

한국대학에서는 취업이 잘 되는 학문만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학과구조조정으로 취업률이 높은 학과로 통·폐합된다. 과연 취업이 잘 되는 학문만 남은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한 분야만 동원되지 않는다. 경영학적, 공학적인 소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작물은 전염병에 취약하다. 전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가치로 평가되고 그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 역시 외부의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다양한 유전자를 보존할 때다. 따라서 학문적 소양을 쌓는 공간중 하나인 대학은 학문의 다양성이 보장돼야 할 가장 중요한 장소이다.

현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방식에서 취업률 반영에 대한 타당성을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시절 부터 대학평가에 취업률이 반영됐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취업만능주의로 귀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자리 창출은 대학이 아닌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학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기 위해 지표 끌어올리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현 정부는 그 동안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 시 15% 반영하던 취업률을 8.3%로 낮췄다. 그러나 대학 평가에서 소수점으로 순위가 갈린다는 점에서 대학의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얼마 전 황우여 교육부장관도 ‘인력 수급 불균형을 줄이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는 취업 중심으로 대학 구조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평가에서 인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취업률을 제외하고 획일적 정량평가보다는 정성평가를 하겠다는 것도 이런 점에서 진일보한 정책방향이다.

다만 정성평가의 구체적 기준과 방향은 사회에 대한 대학의 본질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지속적 성찰과 현재의 역할에 대한 가치중립적 논의에서 나와야 한다. 각 분야에 대한 평가기준은 구성원의 동의를 거쳐서 나와야 하고, 정책의 시행 후 구성원의 피드백을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평가는 각 대학의 상황에 맞게 역량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효과적으로 지원해주는 데 초점을 둬야지, 처벌과 응징을 위한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 평가를 통해 대학은 자신의 발전단계를 검증받고 부족한 것을 확인하며, 교육부는 각 대학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상호소통과 지원의 평가체제가 구축돼야 할 것이다.

대학은 우리 사회의 발전과 행복을 위한 핵심 엔진이자 가치중립적 연구와 교육의 주체가 돼야 한다. 대학의 발전과 개혁의 성패는 속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합의와 지속적 소통을 통해 담보되는 것이다. 대학이란 한 사회의 생존과 발전의 토대이자 최후의 보루다. 이것은 무엇보다 가치중립의 영역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대학이 정부의 일시적 정책 실험실이 되어서도, 경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학에서 연구되고, 개발되고, 논의되는 이론이나 사상 혹은 넓은 의미의 어떤 상품이라도 가치중립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연구·교육되는 사상과 상품의 종착점은 실현 가능하고 평화적 합의에서 도출된 사회 보편적 정의의 실현에 기여하거나 사회 발전과 행복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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