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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역(驛) 이름 갈등

 

‘역(驛)’을 얘기하면 보통 지하철역이나 철도역을 떠올린다. 그러나 옛날 역의 개념은 좀 다르다. 역참제도에서 나온 말로 전통시대의 교통통신 기관이다. 즉 역마(驛馬)를 갖추어 관리나 사신 왕래에 따라 마중나가고 배웅하는 일과 접대를 돕고, 국가의 명령과 공문서의 릴레이식 전달을 담당하는 것이 역이었다. 이를 위해 역에는 여러 마리의 말을 마련해 두었다. 驛(역)자에 ‘말 馬’를 쓴 것도 그 이유다. 지금도 전국에는 ‘역말’, ‘역촌’, ‘역곡’ 등 ‘역(驛)’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다. 옛날에 역이 있던 곳이다. 서울 ‘역촌동’이나 부천의 ‘역곡동’ 등이 그곳이다. 수원의 옛 영화동사무소 자리에도 정조 때 영화역이 설치돼 남부지방의 중심되는 역이었다.

그 자리에 이제는 전철과 지하철역이 대신한다. 1974년 8월15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지하철 1호선이 개통한 이래 모두 9개 노선으로 늘었다. 수도권 광역전철을 비롯해 경기도의 주요 도시와 연결돼 수도권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됐다. 총 운행거리는 모두 327.1㎞에 이르며, 역의 갯수는 무려 302개에 달한다. 자연스레 역 이름 선정을 놓고 지자체와 주민 그리고 인근 대학들이 관심을 갖게 된다. 그중에서도 역 인근에 위치한 대학은 사활을 건다. 홍보효과와 우수한 수험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1~9호선의 지하철 전철 노선 중 학교 이름이 들어간 역이 22곳이나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 도심을 순환하는 2호선이 가장 많아 한양대, 이화여대, 홍익대, 서울교대, 건국대, 서울대, 경기대 등 7개의 대학 있다. 두 번째로 역명에 대학이 많이 반영된 4호선은 성신여대, 한성대, 숙명여대와 총신대에 최근에는 미아역에 서울사이버대학이 병기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립대, 동국대, 광운대, 서강대역 등이 있다.

역명을 선정과정에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다보니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일부 대학은 연간 일정 금액을 납부하거나 역사건설비용, 표지판 시설비 등을 부담하기도 한다. 억지로 대학 이름을 갖다붙인 역도 있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에 가려면 거리가 2㎞, 도보로 30분 걸린다. 4호선 총신대입구(이수)역도 총신대까지 1㎞를 넘어 도보로 20분 남짓 걸린다. 대학 측의 요청으로 역 이름이 바뀐 곳도 많다. 동교역이 홍대입구, 화양역이 건대입구로 바뀌었다. 서강대 숙대입구 성신여대입구 한성대입구역도 마찬가지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3년 2월에는 성북역이 광운대역으로 바뀌어 광운대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내년 개통예정인 경전철 우이선을 놓고는 국민대 서경대 덕성여대 등이 역명을 선점하기 위해 벌써부터 신경전이다.

수원에서도 역 이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2월 신분당선 연장 개통에 맞춰 경기대 앞 철도차량기지에 설치되는 역의 이름을 놓고 경기대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기본계획에서부터 ‘SB05-1역’은 경기대역으로 불렸다. 그러나 수원시가 지난 2월 시민배심법정 평결을 통해 광교역으로 결정한 것이다. 기피시설인 철도차량기지 건설을 반대하지 않았고, 이를 위해 학교부지 일부까지 강제수용당한 경기대로서는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역에서 20~30분 이상 떨어진 대학들도 역 이름에 학교명이 들어간 곳이 많은데 경기대 후문에서 코 앞인 불과 2~3분 거리에 역을 두고도 학교 이름이 빠진다면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앞선 사례들에 비춰보아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율전이나 안암역은 주민들이 건의해 성균관대역, 고대역으로 바뀌었다. 경기대는 바꿔달라는 게 아니라 이름을 넣어달라는 것이다. 역세권 상가나 주민들도 경기대 구성원 2만 명을 생각한다면 역 이름에 경기대가 들어가는 것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광교와 경기대를 함께 표기하는 것도 상생하는 방법의 하나다. 합리적인 역 이름 선정을 위해 수원시와 경기대, 지역사회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지혜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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