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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조시대의 가장 무서운 정치적 형벌은 멸족(滅族)이었다. 반역을 꾀하거나 왕권에 도전하는 불경(不敬)을 저지를 경우 ‘부모·형제·처자’ 또는 ‘친가·외가·처가’ 3족(三族)은 물론 ‘부계 4친족’ ‘모계 3친족’ ‘처가 2친족’ 등 9족이 참혹한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안에 따라 10족이라 해서 죄인의 스승이나 문하생을 포함하기도 했으니 ‘씨를 말리는 공포의 형벌’ 그 자체였다.

하지만 9족이나 10족을 멸했다는 사례는 중국 이외에 고려·조선시대엔 찾기가 어렵다. 대신 3족을 극형에 처하거나 참수했다는 기록은 여럿 남아 있다. 이는 당시 적었던 인구분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정에서 웬만한 벼슬을 차지한 가문이면 친인척 관계가 워낙 복잡한 데다 형을 집행할 경우 인재를 다 죽일 판인데, 집행이 쉽지 않아 그랬을 것이다.

해서 멸족을 대신해 내린 형벌이 폐족형(廢族刑)이다. 폐족은 ‘조상이 큰 죄를 짓고 죽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뜻한다. 목숨만은 살려주고, 후손이 대대로 벼슬길에 오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지금으로 치면 1980년 폐지한 ‘연좌제(連坐制 : 한 사람의 죄에 대하여 특정 범위의 사람이 연대책임을 지고 처벌되는 제도)’로 묶어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하도록 한 것과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왕을 중심으로 붕당정치가 활개를 치던 시절엔 특히 잦았다.

1980년 폐지한 연좌제 성격의 폐족이란 말을 지난 2007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책사였던 안희정씨가 친노(親盧) 세력을 향해 사용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석고대죄의 성격이 짙었지만 “이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다”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라 공감도 했다.

요즘 보수층 사이에서 제2의 폐족론이 강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 신망을 잃은 대통령 뒤에 숨어 자중지란을 거듭하고 있는 새누리당 내 친박계를 두고 하는 말들이다. 보수층의 가장 강력한 정치계파로 위세를 떨쳐온 친박계. 그래서 그런지 요즘 “모든 게 최순실 때문이야”라며 몸부림치는 그들의 모습이 매우 처연해 보인다. 20대 총선에서 참패하고도 그렇게 기세가 등등했는데….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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