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칼럼새누리당과 ‘사마귀’
[정준성칼럼새누리당과 ‘사마귀’
  • 경기신문
  • 승인 2016.12.13 20:06
  • 댓글 0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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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필(主筆)

곤충 ‘사마귀’란 놈은 생존 본능과 습성이 참 희한하다. 대부분의 곤충들이 조심스럽고 민감하지만 겁이 없는 것도 그중 하나다.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기는커녕 덤벼들려고 자세를 잡는다든가, 새가 와서 잡아먹으려고 해도 끝까지 바락바락 대들기도 한다. 자기보다 큰 상대를 보면 날개를 펴거나 하는 식으로 몸을 크게 보이게 하는 허풍도 세다.

어느 날 사냥터로 가던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장왕(莊王)은 이런 사마귀를 만났다. 괴상하게 생긴 커다란 벌레 한 마리가 길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 긴 앞발을 번쩍 쳐들어 장왕이 탄 수레의 바퀴를 막으려는 자세를 취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장왕은 수레를 멈추라고 명하고, 부하에게 물었다. “뭐냐?” 부하가 답했다. “사마귀라고 하는 벌레입니다.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 뿐 물러설 줄을 모르고, 제 힘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 채 강적에게 마구 달려드는 미욱한 놈이지요.” 그러자 장왕은 이렇게 말했다. “저 사마귀란 놈이 만일 사람이었다면 천하제일의 용사가 되었을 것이 틀림없구나. 비록 하찮은 미물이긴 하나 용기 하나는 칭찬할 만하니, 수레를 돌려서 피해 가도록 하라.” 사마귀가 주인공인 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고사성어가 생겨난 연유다. 그리고 이 말은 거역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맞선다는 의미보다 그 반대의 뜻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장자(莊子)에는 사마귀와 관련 이런 말이 나온다. “그대는 당랑을 알지 못하는가. 그 팔을 높이 들어 수레바퀴를 막으려 한다. 그것이 감당할 수 없는 것임을 모르기 때문이다”이라고. 미약한 자가 제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비는 경우를 빗댄 이 말은 삼국시대 진림(陳琳)이란 사람이 영웅들에게 띄운 격문(檄文)에도 나온다. 삼국시대로 접어들기 직전에 조조가 공공연히 야망을 드러내어 세력을 확장하려 하자, “지금 조조의 형세는 마치 사마귀가 분수도 모르고 앞발로 수레바퀴를 막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서론이 좀 길어졌다. 새누리당의 자중지란이 점입가경이다. 탄핵 이후 친박과 비박으로 갈려 ‘치킨게임’을 벌이는 그들을 요즘 사마귀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붙잡고 벼랑 위에서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채 ‘극우’ ‘보수’ ‘중도 보수’를 앞세워 내년 대선과 다음 총선에서 개인 입지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떡 줄 생각도 안 하는데 말이다. 새누리당은 수없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동안 보수 정당의 맥을 이어온 정당임에 분명하다. 이렇게 볼 때 새누리당은 특정인이나 특정 계파의 정당이 아니라 국민 정당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거기에 속한 사람들이 대통령 탄핵소추로 당을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만들고 새로 태어날 길까지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형국. 진림의 격문에 나오는 당랑거철보다 더하다.

사마귀와 비유하는 이유는 또 있다. 번식기 때의 암컷 사마귀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모든 곤충을 먹잇감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운이 없으면 짝짓기 하러 온 수컷까지 잡아먹힐 수 있다. 더구나 넓은 서식지에서 찾기 힘든 수컷을 부르기 위해 암컷은 페로몬을 내보내 수컷을 유혹하고 평화를 유지하다 일단 종족 확장을 위한 교미를 시도한 후에는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다. 그것도 잡아채기 쉬운 머리부터. 그러나 신기하게도 머리가 잘려도 과다출혈로 죽지 않는다. 사마귀는 머리뿐만 아니라 몸 마디마다 신경다발이 있어서 머리가 없어도 이쪽에서 뇌의 역할 비슷한 것을 한다. 덕분에 머리가 없어져도 한동안은 살 수 있다. 물론 머리가 없어지면 덩달아 눈도 입도 없어지니 얼마 못가 굶어죽지만.

20대 총선 공천 전까지만 해도 밀월을 즐겼던 두 계파가 서로 탈당하라고 요구하고, 위협하는 일들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선 탄핵 찬성을 종용한 특정 의원들을 지목해 탈당 안 하면 출당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반란군’ ‘배신자’ ‘가소로운 짓’ 같은 거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서로 먹으려고, 또 먹히지 않으려고 치는 몸부림이 마치 사마귀의 생존 본능을 보는 듯하다. 참혹하고 불쌍하다.

사마귀는 도망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도망칠 수 없다는 것과도 비슷하다. 사마귀는 앞다리에 의존하는 곤충으로, 사냥에 성공하면 먹고 실패하면 먹힌다. 포식자가 다가와도 도망치기보다는 방어자세로 맞서는데 실은 도망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도망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 내분이 꼭 이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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