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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달력도 만들고 매달 음악회도 열리고 공동체문화로 ‘웃음꽃’

비행장 소음 나는 수원 변두리

 

수원 서둔동 벌터문화마을

수원의 서쪽에 위치한 서둔동은 저개발과 비행기 소음으로 수원의 변방처럼 인식돼 왔다. 기록에 따르면 정조 때 화성이 축성되고 서호라 불리는 축만제가 축조된 뒤 둔전이 만들어져 서둔이라 불렀다. 일찍부터 벼농사가 활발하게 이뤄졌으며 일제강점기에 서호천 주변으로 권업모범장과 농림학교가 들어서면서 농업연구단지의 역할을 했다. 해방 이후 권업모범장이 폐쇄되고 농촌진흥청으로 바뀌었으며 국립식량과학원 벼종학연구동,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등이 자리하면서 현대 농업 연구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수원과 인천을 연결하는 국도가 생기면서 도시화가 시작됐지만 경부선 철도를 경계로 도시확장이 막혔을 뿐 아니라 인근에 위치한 비행장 때문에 개발이 더딘 지역이다.

경부선 철도 경계로 도시확장 막혀
인근 비행장으로 인해 개발속도 저하

문체부, ‘문화마을조성 사업’ 일환
문닫은 치킨집 자리에 작년 9월 개관
마을 주민들 직조·연극 수업 등 참여

장기적으로 마을재생 작업 계획도
방치된 녹지 등엔 주민공유지대 조성

 

 

 

 


서둔동 변화의 중심에 있는 벌터문화마을

옛모습을 간직하며 이야깃거리가 산재한 서둔동을 문화로 재생하기 위한 움직임이 최근 몇 년간 분주하다.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이후 폐허로 남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 재생사업이 경기문화재단의 주관으로 진행, 경기상상캠퍼스가 지난해 개관해 문화공간으로 조성됐으며 아랫서둔동에는 벌터문화마을이 지난해 9월 문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마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완성된 벌터문화마을은 문을 닫은 치킨집을 문화공간으로 꾸며 마을의 사랑방이자 공동체를 재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을 관장하고 있는 한문희 아트디렉터는 벌터문화마을을 ‘마을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서둔동 인근 금호동에서 나고 자란 한문희 아트디렉터는 서둔동 대부분이 논이었을 때부터 길을 오갔다. 개인적인 향수에서 시작된 마을 만들기 작업은 2015년 서수연 연구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체계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자 벌터문화마을을 기획했다.

‘문화기획자들이 본 서수원’을 부제로 진행된 서수연 연구 프로젝트는 단순히 역사, 지리적 측면이 아닌 서수원의 문화에 집중, 주민들이 사는 집에 담긴 이야기, 서수원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 주민들이 어느 길을 지나며 주로 어디에 모이는 지 등 이색적인 결과가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가 참여한 커뮤니티 스튜디오 104를 꾸려 사진, 영상, 퍼포먼스를 통해 서둔동의 이야기들을 시각화하는 작업도 겸했다.

 



벌터문화마을 프로그램

이처럼 차곡차곡 서둔동의 흔적을 모아온 한문희 아트디렉터는 벌터문화마을에서 주민들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문희 아트디렉터는 “주변에 공장과 대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하숙집이 많았으며 공장 근로자, 농촌진흥청에 근무했던 분들이 거주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주변 환경에 따라 지역의 문화가 형성, 집과 길, 담장과 가게 등을 통해 서둔동만의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벌터문화마을에서는 그러한 서둔동의 가치관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서둔동의 색이 담긴 축제나 수업, 아트마켓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벌터문화마을에서는 크게 공동체 관련된 프로그램과 마을디자인을 운영한다.

간편고추장 만들기, 베이킹 워크숍, 직조 수업, 연극 수업을 비롯해 마을음악회, 벼룩시장, 마을잡지 만들기 등 주민들이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공공 디자인으로 마을을 재생할 수 있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한문희 아트디렉터는 “벌터문화마을은 지리적으로 수원역과 경기상상캠퍼스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둘을 연결해 수원역에서 자연스럽게 경기상상캠퍼스로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조성하고자 한다”라며 “실제로 도시개발에 의해 만들어진 격자길 사이로 구불구불한 사잇길이 형성돼 있는데, 옛 논길이었던 곳이 사람들이 많이 다녀 보존된 것이다.

농생대로 가기 위해 이길을 지나야 하는데 이 곳에 디자인적 요소를 더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방치된 녹지나 유휴지, 공공 공간을 개발해 주민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유지대로 조성하는 것도 올해 고민하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서둔동 개발속도 더뎌도 문화적 자원 풍부한 장점”

한 문 희 벌터문화마을 아트디렉터

“벌터문화마을이 서둔동의 가치관을 찾고 공유하는 역할 뿐 아니라 주민들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둔동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한 한문희 벌터문화마을 아트디렉터의 작업은 ‘사람을 만드는 공간’을 꾸미겠다는 목표로 확장됐다.

“중·고등학교 때 금호동에 살았지만 서둔동 성당을 다니느라 서둔동을 자주 찾았다. 걸었던 길과 골목, 담장 등 20여년과 비교해 많이 달라진게 없는 이 곳은 누군가에게는 더딘 개발이 불만이 될 수 있지만, 문화적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문화기획자로서 이곳을 연구·개발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문을 연 벌터문화마을은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지만 매달 음악회를 개최하고 주민들이 직접 만든 물건들을 사고파는 시장을 운영하며 공동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예술가가 동네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동네 할머니들이 숫자를 써서 완성한 마을 달력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작업도 진행했다. 이처럼 주민 개개인의 소소한 재능과 관심에 집중, 민주적인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공간의 목표에 차근차근 다가가고 있다.

벌터문화마을의 목표에 대해 한문희 아트디렉터는 “편안하고 아름다우며 마음의 쉼이 가능한 공간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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