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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 때문인지 부는 바람이 8월답지 않고 제법 선선하다. 푹염과 열대야에 시달리던 때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가을로 접어드는 것일까. 간간이 얼굴을 내미는 쪽빛 하늘도 제법 높아졌고 구름모양도 완연히 달라져 절기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여름 더위가 물러나고 서늘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處暑)가 내일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고.

예로부터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고 할 정도로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절기로 여겨왔다. 한자 ‘처(處)’가머물러 정지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굳이 설명치 않아도 계절의 엄연한 순행을 드러낼 때 자주 사용했다.

관련된 속담도 많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서늘함 때문에 파리나 모기의 극성도 사라짐을 나타내는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이 대표적이다. ‘처서에 비가 오면 쌀독의 곡식도 준다’는 속담도 있다. 처서 때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는 뜻이다. 이는 여름 내내 정성들여 가꾼 오곡이 마지막 결실의 때를 맞아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볕의 기운을 받아 누렇게 익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비가 내리게 되면 곡식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1년 농사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않는다는 말을 의미한다.

이 외에도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란 말도 있다.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 또는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뜻으로, 추수 할 일만 남긴 한가해진 농촌을빗댄 말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매우 엉뚱하며 덤벙대기만 함을 비유한 ‘어정뜨기는 칠팔월 개구리’ 역시 여기서 비롯된 속담이다.

벌초도 이 시기를 택하여 많이 한다, 이유는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속담처럼 따가운 햇볕은 누그러지고 찬바람이 불어 풀들이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잡초제거가 용이해져서다.

초여름 평균 최고기온이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1994년 이후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제주시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923년 이래 가장 더웠다고 한 올 여름. 그 여름도 처서 앞에선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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