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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며느리 자랑

 

보면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손자를 보며 아내는 연실 싱글벙글 한다. 지난 토요일에는 가족 나들이를 유명산으로 갔다. 요즘 젊은 엄마 아빠들이 주로 쓰는 띠를 이용해 손자를 앞으로 안 듯이 업고 두 시간 정도를 산책을 했다. 처음으로 오랜 시간 손자를 품에 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아들놈은 잘못한 것이 많아도 장가를 가면 모두 용서된다는 이야기는 결혼이 늦어 걱정을 하다가 각자의 살림을 하는 자식에게 이거 저거 챙겨주며 하는 재미에서 아내가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런 말도 슬쩍 한 적이 있다. 아니 딸도 아니고 아들 며느리를 뭘 그렇게 챙겨 주냐고 딸이 친정에 와서 바라바리 챙겨간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이리 챙겨주는 것은, 여기까지 말하다 며느리에게 시집에 온 것이 아니라 친정에 온 것 같다 했더니 네 하며 웃는다.

보기 좋은 현상이다.

시 자만 들어가도 싫다며 시집에서 주는 것은 돈 빼놓고는 모두 싫다는 며느리들도 많다는데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하는 것은 보기만 해도 좋다. 늙은 총각이 넘쳐나는 시골에서 살겠다고 하는 큰 놈, 장가 못 보낼까봐 걱정이 많이 되어 며느리 감 추천을 해도 인연이 안 되고 하여 부모로서 보통 걱정이 아니었는데 짝을 만나 장가보내니 정말 좋았다. 매일 아침 일어났나, 밥은 먹었나, 일 나갔다 집에는 들어왔는가, 등등 걱정이 많았는데 장가를 보내고 나니 걱정 끝 행복 시작이다. 아들 보호자에서 해방되니 이리 좋을 수가 없다.

부족한 것만 보이는 놈을 좋다고 결혼한 며느리의 눈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내세울 거 보잘것없다고 생각한 놈을 저리도 좋다고 하니 솔직히 염려가 되었다. 저러다 일 년도 안 되어서 콩깍지 벗겨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우리 며느리 정말 훌륭한 며느리다. 맨날 부족하고 못난 놈같이 보이던 아들 그래서 어이구 언제 정신 차릴래 너 같은 놈 누가 믿고 시집을 오겠느냐, 내가 저런 놈을 자식이라고 낳았으니 내 죄가 크다 커 하면서 한탄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아들놈을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며느리 눈에 콩깍지 벗겨질까 봐 내심 불안할 만하다. 그런데 우리 집 며느리 정말 고마운 며느리다. 바보 같은 내 자식 좋다는데 최고라고 치켜세우는데 싫어할 부모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고마웠다.

그러나 요즘은 다른 부분에서 고마움을 느낀다. 며느리가 고마운 것은 며느리가 잘하는 것에도 기인하지만 정말 고마운 건 자식을 바라보는 내 눈에 콩깍지를 떼어내 준 것이다. 3년 차 며느리가 시아버지에 눈에 몇 십년간 얹혀있는 콩깍지를 떼어낸 것이다.

그간 내 눈이 나빠서 아들을 제대로 못 본 것이고 며느리 눈이 제대로 된 눈이었던 것이다.

언제 정신 차릴래 아버지 반만 닮아도 원이 없겠다. 어이구 딱하다, 이랬던 아들인데 요즘은 아들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이렇게 멋진 아들 능력자 아들을 바보 멍청이라고 생각했으니 아들이 바보가 아니라 내가 바보였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아들 구박을 일삼았으니 우리 며느리는 아들을 구제한 것이 아니라 시아버지를 구제한 것이다. 더군다나 떡두꺼비 같은 멋진 손자까지 안겨준 며느리가 더없이 예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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