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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해후’가 한국 대표 관광공연이 되길 기대한다

중국 유명 경승지와 유적지를 여행한 사람들이 놀란 것이 있다. 그것은 자연이나 유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대형 공연이다. 결코 적지 않은 입장료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은 감동한 표정으로 공연장을 나선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형 공연으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기획 연출한 장예모 감독이 만든 명승지의 대형 공연작품들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계림 인근 양삭에서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상 유삼저’다. 놀라운 것은 700여명의 출연자 중 장예모 리강예술학교 학생을 제외하고 모두 인근 5개 마을의 어민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이 공연으로 인해 온 마을이 먹고 산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이밖에도 무릉 지역 선녀산을 배경으로 하는 ‘인상 무릉’과 항주 서호의 ‘인상 서호’, 그리고 서안에서 공연되는 ‘장한가’가 잘 알려져 있다. ‘장한가’는 중국의 시인 백거이의 시 ‘장한가’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전설적인 미녀 양귀비와 당나라 현종의 생사를 뛰어넘는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서안에는 많은 유적지가 있지만 ‘장한가’를 보지 못했다면 안 간 것과 다름없다는 말에 수긍하게 된다. 이런 대형공연을 볼 때마다 한국에는 왜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할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특히 정사인 왕조실록만으로도 드라마틱했던 정조대왕의 스토리와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수원화성행궁, ‘화성성역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무예24기 등 유·무형의 역사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는 수원시에 이런 대형공연물이 없는 것은 정말 아쉽다. 그런데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화성행궁 내 봉수당에서 열린 수원문화원의 ‘해후’를 보면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원행을묘정리의궤’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 전통예술 융복합극이다. 더구나 이 작품이 공연된 화성행궁 봉수당은 1795년 윤 2월 13일(양력 4월 2일) 정조대왕의 모친 혜경궁의 회갑 진찬연이 열렸던 역사적인 곳이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연일 만석을 이뤘고 뜨거운 환호와 갈채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라이브 국악과 줄타기, 무용 등이 잘 조화를 이뤘고 김모경, 정의갑 등의 연기도 훌륭했다. 수원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내놔도 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당시 무예24기가 아닌 현대의 태권도를 출연시켰고, ‘선유락’ 등 다소 지루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 몇 가지만 보완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고품격 작품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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