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거짓말
/유안진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은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다 담을 수밖에 없다니요
한겨울밤 부엉이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 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갈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유안진 시집 ‘거짓말로 참말하기’ 중에서
거짓으로 참말을 한 적이 있는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했다는 말에는 어느 누구도 신뢰하지 않으며 그것이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라 하였다. 시의 허행부터 매력을 느끼게 하는 이미지는 어쩌면 후렴구에 가까운 “사랑합니다”라는 시어라 할 수 있다. 때 묻지 않는 하나의 시어는 읽는 독자로 하여금 신선한 맛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가난하더라도 가슴은 넉넉한 수즙은 사랑,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고백하고픈 그 말, 그러나 목젖을 타넘지 못하고 맴맴 돌며 가슴앓이를 하는 슬픈사랑, 이런 사랑은 생각만 해도 아름답고 황홀하기만하다.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진실이 배어 있는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현기증을 일으킨다. 혹시 잘못 들었을 것같아 다시 확인하며 듣고 싶은 “사랑합니다”라는 황홀한 그 말.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