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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가야로 부는 바람

 

 

 

가야로 부는 바람

                                   /박권숙



박물관 뜰을 채운 적막을 베틀 삼아

그리움도 열다섯 새 날실로 짜다 보면

사라진 왕국 하나가 펄럭이는 바람결



그 바람 몸을 맡긴 오동꽃 등불 아래

가야금 한 채씩을 품고 선 나무들은

천년을 흐느껴 우는 한 사내를 닮았다



그 울음 휘감고도 남은 바람 한 자락

순장의 와질토기 금 사이로 얼비치는

캄캄한 아니 찬란한 신화 쪽으로 출렁인다

 

 

박권숙의 ‘가야로 부는 바람’에는 사라진 역사에 대한 애상이 술회되어 있다. 화자는 가야 박물관의 뜰에서 쓸쓸함을 느낀다. ‘적막을 베틀 삼아’ 짜면서 가야왕국이 바람결에 휘날리는 상상을 한다. 이어서 ‘오동꽃’이 등장하는데, 오동나무는 가야금 울림통의 재료라는 것은 두루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륵과 연결이 된다. 우륵은 대가야 가실왕과 신라 진흥왕 당시 악사로 특히 음악과 춤을 통합 발전시켰다고 한다. 문명의 흥망성쇠는 세월 앞에 무력한 것을, 시인은 찬란하게 빛났던 인물과 시절을 떠올리며 복원하고 있다. ‘순장의 와질토기 금 사이로 얼비치는’ 표현에서 파악이 가능하다. 그러고 보면 거대한 돌널무덤 아래 잠든 이는 단지 왕만이 아니라 순장된 금관과 무기들과 토기를 만들던 무수한 사람들의 뜨거운 혼이다. 가야금 12악곡의 한과 가락을 함께 하던 가야의 사무친 가슴들이 깃들어 있다. /박수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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