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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발적 월세 인하, 인천 건물주에게 박수를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유쾌하지 않은 농담이 있다. 남의 건물을 임대해 살거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푸념이다. 과도하게 월세를 인상한다든가 세입자들에게 갑질을 일삼는다는 부정적 인식이 많다. 반면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장래 희망이 건물주라는 어린이들도 많다. 그런데 어려운 세입자들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천사 같은 건물주도 있다. 인천 부평구 부평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한 상가 건물주가 그 주인공이다. 이 건물 1층에서 버무리 떡볶이 가게를 운영하는 백모 씨가 밝힌 내용은 이렇다.

얼마 전 건물주가 도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는 임대료를 인상하겠다는 통보일 것이다. 당연히 긴장을 한 백씨에게 건물주는 ‘한시적 월 임대료 조정 합의서’라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 계약서에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임차인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2018년 11월1일부터 2019년 12월 30일까지 임대료를 깎아 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임대료는 월 600만원이었는데 100만원을 인하한 500만원만 받겠다는것이다. 그러니까 14개월간 1천400만원을 덜 받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임대료 인하 혜택은 백씨를 포함한 건물 세입자 10여명 모두가 받았다. 세입자들은 기존 임대료에서 15~20%를 낮춰 계약했다. 떡볶이 가게를 하는 백씨의 입장에서 인하된 월세 100만원은 큰돈으로 가게 운영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 건물에 입주한 지 5년째인 백씨는 요즘 인건비가 많이 올라 아르바이트생을 쓰기도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인근의 떡볶이나 김밥 등 요식업체가 사라지고 인건비가 안 드는 무인 오락실이나 뽑기방 등만 늘어나고 있었다는 것이다.이런 형편에서 건물주의 배려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주변사람들은 처음엔 농담으로 생각했을 정도라고 한다. 건물주는 수 십 년 장사를 하면서 자수성가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상인들의 고충을 잘 이해, 지난 5년간 단 한 차례도 임대료를 인상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임대료까지 인하한 것이다. 건물주 측은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나 혼자만 살 수는 없고 상생하는 차원에서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 사실은 한 네티즌이 모 커뮤니티에 ‘요즘 세상, 이런 건물주 보셨나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알려졌다. 이래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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