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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지역 아트센터, ‘살아 숨 쉬는’ 존재감

 

 

 

아트센터에서의 공연 관람은 일반인들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경제적 부담(티켓 비용)을 비롯해 시간의 할애, 정보검색을 통해 최대한 만족스러운 공연을 선택해야 하는 까다로운 안목까지. 영화관을 찾아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단한 결심 또한 필요하다.

그리고 그림자(shadow price)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예를 들어 콘서트에 가려면 티켓을 사야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 밖의 비용이 배로 들어간다. 여기서 가장 설명하기 쉬운 것은 공연이 열리는 지역의 아트센터까지 이동하는 데 들어가는 교통비다. 집 근처에서 공연이 열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히 들어가는 교통비에 공연 전후의 비싼 식사비까지 지출해야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결국 예술을 선택하고 관람하는 ‘시간’을 할애하는 기회비용의 포기와 함께 비용부담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경제학자인 S.B. 린다는 “시간이 비싸진 사회에서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는 재화의 소비 쪽에 시간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예술은 소득에 반비례하는 큰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으로 “소득이 증가하면 예술을 구입하기 쉬워진다”는 일반의 상식을 뒤집는 그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관객개발을 위해 아트센터는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경우 초대권 문화가 타 문화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높아 유효관객(有效觀客 : 잠재관객으로 아트센터의 노력에 의해 언제든지 유료관객이 될 수 있는 예술 관심계층)을 개발하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이 같은 문제는 남다른 예술체험으로 아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는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예술 관람의 지지층을 확보하는 유효관객 개발에 매진해 해결해야 한다.

공연이 지루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면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지역주민과는 괴리감(乖離感)이 형성돼 아트센터로서의 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지역의 천덕꾸러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트센터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아트센터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같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만족도를 높였을 때 지속적으로 기타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이 유지될 수 있도록 유지·발전시키는 노력 또한 필요하다. 관객들에게 아트센터에서의 공연·전시·예술교육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을 받았을 때야 비로소 안정적인 지지 속에 예술 프로그램의 운영이 가능해진다.

또 흔히 ‘문화의 불모지’라는 표현은 문화예술의 경험에 대한 다양성 부족에서 나오는 말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흥미가 있는 프로그램이 지역에 부족해 타 지역에서 해소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창성, 차별성, 흥미성이 반영된 다양한 예술프로그램이 지역에 정착되어야만 문화예술이 그 지역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매력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아트센터의 위와 같은 노력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화 예술에 있어서 ‘진화’라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작은 필연을 정성껏 쌓아올린 곳에만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야 만 문화 예술을 통해 주변부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 만큼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 문화 예술 정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많은 문화 예술시설을 찾아가서 그 주변부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소회다. 어느 아트센터에서 개최되는 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은 축제 기간에 매일 근처의 술집을 돌아다니면서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음악제의 진정한 가치들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있었고, 그가 찾은 가게는 그와 함께 찍은 지역 주민들과의 사진들로 가득했다. 감동이었다. 지역 출신 예술가가 아닌 그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지역민들과 접촉하고 있었다. 그가 바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역임한 일본의 세계적인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小澤征爾)이다.

그리고 지역에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아트센터는 확연히 달랐다. 매달 한 번씩 아트센터 옆 공원에서 피크닉 콘서트를 연다던지, 전철역 로비에서 근처 음악당에서 주관하는 로비 음악회를 열어서 지역민들과 예술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민들에게 문화시설과 콘텐츠의 그 존재감을 공유하고 있다던지, 한 여름철 광장을 활용해 그 지역의 성악가들, 주민들이 참여하는 지역 밀착 시민 오페라를 개최하여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야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지역의 창조 문화시설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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