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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상상력을 기르는 바벨전략 교육

 

30대 초반에 트럭 운전수 경력, 대학교 중퇴라는 보잘 것 없는 학력의 소유자가 있었다. 그는 이력서에 적을 것이 별로 없었다. 자격증도 졸업장도 내세울 것이 없는 이 사내는 교육환경이 부족한 마을에서 태어났으나 공상과학소설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과학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이력서에 쓸 것인가?

그는 15세 때 스킨스쿠버다이빙을 배우면서 3천시간 이상 바다와 함께 했다. 당연히 바다생물의 다양성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바다에서 보던 갑각류 생물이 우주 어느 행성의 외계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상상은 강한 산성의 피를 지닌 ‘에일리언’이 되었고, 이력서를 쓰기 곤란했던 그 사람은 영화감독이 되었다.

에일리언이 워낙 오래 전 작품이라서 ‘타이타닉’과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이라고 소개해야 좋겠다. 학교의 교과서보다는 바다를 더 많이 보았던 그는 뭔가 골고루 배우지는 않았지만 어느 영역에서 매우 섬세하고 깊이 있는 경험을 했다.

이처럼 편중된 경험을 깊이 있게 하는 방식은 주식투자에서 리스크를 안고서 특정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는 ‘바벨전략’과 비슷하다. 바벨(Barbell)은 헬스클럽에서 근육운동에 쓰는 아령이나 역기인데, 주식투자에서 전혀 투자손실 위험이 없는 곳과 매우 높은 리스크가 있는 곳으로 양극화하여 투자하는 그래프의 모양이 아령과 같다고 하여 생긴 말이 ‘바벨전략’이다.

제임스 카메론을 유명하게 만든 흥행작 ‘터미네이터’는 과학소설만 종일 읽었던 마니아가 아니면 탄생할 수 없었다. 스토리텔링 능력은 매우 깊이 있는 장시간의 경험이 만든다. 그리고 그 능력은 단지 영화나 문학에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기업과 과학적 발견에도 스토리 능력이 중요하다. 소비하는 인간은 가성비보다는 가심비의 유혹에 더 잘 넘어가는데, 가심비의 중심에는 그 상품을 작품으로 여기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은 호모스토리쿠스라 부를만한 존재이다. 유희와 놀이를 좋아하는 인간 호모루덴스가 특히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는 측면에서 인공지능시대 이후 미래의 인간은 ‘호모루덴스토리쿠스’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단돈 1달러에 ‘터미네이터’ 시나리오를 넘기면서 영화감독을 하겠다고 한 그는 지독히 스토리텔링 본능이 강했을 것이다. “호기심은 여러분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고, 상상력은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다” 제임스 카메론의 이 말은 4차 산업혁명기에는 더욱 적용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교육에서의 바벨전략은 초등학생이 오직 바다랑만 친하게 지내거나, 과학논문을 쓰거나, 발명과 창작 개인전을 하거나, 책 출판을 하거나, 여행만 하거나 하는 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경험을 하도록 환경과 멘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바벨전략이 우리 교육에 적용되어야 하는 이유는 중간 정도의 노력이 드는 직업들을 로봇과 컴퓨터가 차지해가기 때문인데, 최근 슈퍼컴퓨터가 사람을 속일 정도로 지능이 발달했고 그 슈퍼컴퓨터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성능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었다. 고도의 인간적인 창의성이 없다면 일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큰 실직의 쓰나미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에서 안전한 투자는 100년이 가도 살아남을 자격증 취득 또눈 농사기술을 배우는 것이지만 그런 자격증은 없다. 농사에도 로봇진출이 시작되고 있다. 따라서 안전한 투자는 행복한 백수가 되거나 창의적 기업가가 되도록 두뇌에서 도파민을 최대한 유도하는 바벨전략 교육이다. 중간 정도의 실패 위험도를 가진 직업군은 의사, 교사, 공무원, 대기업 직원 등인데 미래에는 이들 직업의 처우가 나빠지거나 직장이 쉽게 사라지게 된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사회복지 분야의 공무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의 숫자를 점점 줄어들게 한다. 이런 흐름 때문에 교육에서도 자산 투자에서도 바벨전략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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